와당의 표정
정민 엮고 지음 / 열림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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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가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와당이라는 이름조차 낯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찰이나 고궁 답사라도 갈라치면 가이드가 빠지지 않고 설명하는 것이 와당이기도 하고, 설사 그 이름은 모른다해도 오히려 사진을 보면 바로 알아차릴 만한 것이 와당이 아닌가 해요. 하지만 와당 자체에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아했는데요, 정민 선생은 아예 책까지 내셨군요. 심지어 이 책이 재출간된 판본이라고 하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와당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처음에 이 책이 당연히 우리나라 기와의 와당을 다루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예상과 달리 중국 역대 왕조의 와당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더군요. 물론 와당의 유래나 양은 중국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겠습니다만 그간 정민 선생의 관심사를 생각해보면 당연히 한국의 와당도 포함될 줄 알았는데 아예 배제된 것은 조금 의아하기도 합니다. 머릿말에서 우리의 와당이 다양성 면에서 아쉽다는 언급을 하면서 그 이유를 암시합니다만 실망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는 했어요.



 책의 구성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는데요, 일단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은 문양의 소재에 따라 분류되어 있습니다. 반원형, 동물과 인간, 구름이나 꽃 무늬, 길상문 순이지요. 왼쪽 페이지에는 와당의 문양과 연대를, 오른쪽 페이지에는 그에 대한 해설이랄까가 간략하게 실려있습니다. 이러다보니 한편의 시집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특히 각 장마다 와당의 문양을 다른 색으로 처리한 것은 단순하지만 꽤 기발한 선택인 듯 합니다. 마치 판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것이 이 책을 한결 더 친근하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정민 선생이 붙여놓은 주석은 좋게 보자면 담담하고 좀 깎아내리자면 밋밋합니다. 통찰이 더해진 것이라기보다 그저 단순한 해설처럼 느껴져요. 그 덕에 심심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달리 보자면 책 전체의 톤을 담담하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와당은 복잡하게 기획된 고급 예술이라기보다는 민속적인 성격이 강한 것이므로 단순하고 소박할 수밖에 없겠고 그에 대한 독해도 담백해지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읽어가다 보면 시대별 차이도 느껴지고 특히 특정 문양이 가지는 공통적인 상징성을 알게 되면서 점점 더 문양의 의미를 이해하기 쉬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해설서라기보다는 시집을 읽는 기분으로 차라도 마시면서 편안히 읽어가기 좋은 책이 아닌가 해요. 그것이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기와 끄트머리라도 보면서 한가한 오후를 즐기는 기분을 다시 맛보도록 한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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