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강, 꽃, 달, 밤 - 당시 낭송, 천 년의 시를 읊다
지영재 편역 / 을유문화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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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문화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유하는 것에서 한자가 빠질 수는 없을 듯 합니다. 한자 교육을 하네 말이 말이 많습니다만 우리 언어는 물론 문화 자체에 한자가 뿌리깊이 박혀 있다는 점은 기정사실이고 이걸 뿌리뽑는다는 것은 많은 것을 희생할 각오를 해야할 일이겠죠. 아무튼 한자를 아는 것의 이득 중 하나로 일본어와 중국어를 맛보는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한시 역시 그런 영역이 아닐까 해요. 한자를 어느 정도만 알면 어느 나라의 한시던 그 맛을 한결 진하게 맛볼 수 있다는 것이죠. 다만 한자를 읽는데 있어서 글자형은 그렇다치고 발음이 크게 다르다는 점은 이질적인 요소인데요, 당시, 송시를 소개하는 시집이 다수 출간되었지만 발음이라는 요소에 주목하는 책은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당시를 소개함에 있어서 소리내어 읽고 외워 낭송하는 점을 대단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위한 과정도 대단히 꼼꼼히 그려져 있고요. 일단 머릿말에서 왜 당시를 소리내어 읽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그에 앞서 알아둬야 할 당시의 특성은 무엇이 있는지 주지시킵니다. 


 본문에서는 오언절구, 칠언절구, 오언율시, 칠연율시, 오언고시, 칠언고시, 악부를 각 5~10편 정도 싣고 있는데요, 이게 또 대단히 꼼꼼합니다. 일단 한시와 그 발음을 머리에, 그리고 한자의 음과 훈을 발치에 두어 한 쪽을 채웁니다. 뒤에는 우리 말로 풀어낸 한국어 해석이 실려있고요, 시인이나 장소 등 이해에 도움이 되는 배경지식을 그림이나 사진과 더불어 실어두고 있습니다. 이 정도이니 따라 읽어가기만 해도 시를 이해하는게 크게 어렵지 않아지게 되는 것이죠. 



 가장 흥미있었던 부분은 마지막에 간체자와 한어 병음으로 다시 한번 가장 중국인들이 즐기는 것에 가까운 방식으로 시를 소개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어는 겨우 성조만 아는 정도이지만 그것만 따라 읽어도 맛이 정말로 달라져서 신기할 정도입니다. 중국어의 성조를 우리 조상들은 장단으로 번역해내서 읽었다고 합니다만 고저와 장단의 차이는 정말 크네요. 성조를 넣어 읽는 순간 당시는 정말 노래처럼 느껴지거든요. 이 차이를 이제야 알았다니 기쁘기도 하고 이제까지 몰랐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노래하듯 읽어갈 수 있는 책이었는데요, 송시나 우리의 한시는 또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지게 되는군요. 일단 우리 한시는 성조가 없다는 점 때문에 크게 다르게 느껴지리라는 예상을 해보게 됩니다. 아니면 우리 조상들은 중국의 한시에 대한 존경에서 그런 점까지 담아냈으려나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최소한 조선시대 한시는 분명 그런 특성을 가진 시가 높이 평가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한편으로 중국인들은 우리의 한시를 어떻게 볼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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