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걸 다 재는 단위 이야기
호시다 타다히코 지음, 허강 옮김 / 어바웃어북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하룻밤에..'와 같은 제목을 달고 나오는 교양서의 인기가 꾸준합니다. 혹자는 그 가벼움을 경고하곤 합니다만, 시간을 쪼개어 자투리로 읽을 수 있는 유용성을 생각하면 득도 실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흥미를 가지고 더 깊이 나아가고자 한다면 으레 무거운 책을 찾아가지 않을까요? 이런 경쾌한 교양서에 있어 일본의 책이 탁월함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들의 문화적 지향성이 작용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이 책도 대단히 얇고 가독성이 좋은 책이었습니다.



 암기력이 좋지 못한지라 단위에 약하고 거부감도 느끼는 편인데요, 특히 좋아하는 미드를 보다 마일이니, 파운드니 나오면 왜 별나게 자기만의 도량형을 고집해서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나 욕하는 일도 있었네요^^; 사실 우리만해도 아직까지 되나 근과 같은 단위가 살아남아 있기도 하지만요. 근의 경우, 고기와 야채에 단위가 달라 더욱 헷갈리고 말이죠. 통일 황제들이 도량형 통일에 힘쓴 것은 당연한 통치행위지만 고맙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군요. 이 책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갖은 단위를 다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생활 속에 자주 쓰이는 단위는 물론이고, 과학의 단위도 제법 소개하고 있더군요. 동양의 단위의 경우, 일본 기준으로 소개되다 보니 다다미 넓이라던가, 도쿄돔의 넓이 같은 단위도 등장하는데요, 낯설기도 하지만 흥미롭기도 합니다. 다행히 각주로 적절히 설명을 추가해주어서 이해하는데는 문제가 없겠고요.



 총 250쪽 정도의 많지 않은 분량의 책인데다 편집도 넉넉하게 되어 있습니다만, 각 단위마다 대략 4,5장 정도로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소개되고 있는 단위는 꽤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다 읽고 나도 그 정의가 기억이 날듯말듯 한 단위가 여전히 많군요. 특히 과학의 단위 같은 경우는 아시다시피 워낙 요상망측하게 정의가 되어 있잖아요. 굳이 원자 6.02 곱하기 10의 23제곱 개를 1몰로 정의한다던가, 1미터 간격의 직선 도체에 흘러 1미터마다 2의 10의 -7승 뉴턴의 힘을 미치는 전류를 암페어로 정의한다던가! 과학적 지식이 쌓여가면서 개념이 보강되어간 결과라는 것은 알겠지만 역시 일반인의 눈에는 참 별나 보이기는 해요.



 이 책이 두드러지게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사적 유래라던가, 일상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쓰임새를 소개해주는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신문지를 접어서 1미터를 재는 방법을 알려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네요^^ 파운드를 왜 p로 표기하지 않고 l로 표기하는지 알게 된 것도, 마라톤의 거리가 처음부터 42.195킬로미터가 아니었고 왕족의 갑질(?) 때문에 현재의 거리가 되었다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알던 지식이 잘못 되었다던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부분도 기억에 남습니다. 월화수목금토일의 이름이 북유럽 신화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왜 그 순서가 지금같이 되었는가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네요. 시력에서 흔히 말하는 1.0이나, 2.0이니 하는 것이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이름 짓기에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지도 흥미롭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런 책을 보면서 얻는 즐거움은 소소한 사실을 알게 된 것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주 재밌었습니다. 친근하지만 잘 모르는 것이 참 많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군요. 일상 생활 속에서 단위가 얼마나 빈번하게 쓰이는가를 생각해볼 때 상대적으로 그 의미에 대해서는 참으로 무지했다고 할 수밖에 없겠네요. 재미 면에서 빠지지 않는 책이니만큼 가벼운 교양서를 즐기는 분이라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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