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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 나이트 -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ㅣ 현대지성 문학서재 4
르네 불 그림, 윤후남 옮김, 작가 미상 / 현대지성 / 201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간 출간되었던 현대지성의 인문서재 시리즈를 꽤 인상적으로 봤던지라 다음 책은 무엇일까 궁금했었습니다. 역사서(십팔사략), 신화(북유럽 신화), 영웅담(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이어 이번 책은 우화집이었군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 상당한 두께의 두 권짜리 책이었던 것에 비하면 이번 것은 조금 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책은 최초로 삽화가 들어가 있기도 하거든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다양한 버전의 출간본이 있는 것처럼 아라비안 나이트도 그런 모양인데요, 이 책은 르네 불이라는 삽화가의 삽화가 들어간 버전을 채택한 모양입니다. 전작이 완역본이었던데 비해 이번 책은 선집인 것 같고요. 한결 편안히 즐길 수 있는 편이라고 하겠네요.

어릴 적에 신화나 우화를 워낙 좋아했던지라 아라비안 나이트도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완역본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책을 읽어서인지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대부분 읽어본 적이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실은 완역본도 도전했던 적이 있는데요, 워낙 거칠고 솔직(?)해서 깜짝 놀라 덮었던 기억이 있네요.) 다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는 책으로 다시 찾아보지는 않았던지라 이번 책은 또 꽤 새로운 기분으로 읽게 되더군요.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는 사람이라면 다 공감하는 것이겠지만 책의 구성상의 독특함은 생소하면서도 첫번째로 흥미를 끌어내는 요소일 것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누군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그 이야기 속의 누군가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는 식의, 액자 속 액자 속 액자 방식은 혼란스러우면서도 인상적입니다. 마치 물 속에 가라앉듯 이야기 속으로 침잠해가다 다시 서서히 떠오르는 듯한 경험을 해보면, '이야기'가 가지는 본질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방식을 잘 택한 옛 이야기꾼의 재주에 감탄하게 되기도 합니다.
분량상으로도 그렇지만 역시 가장 무게감 있는 것은 역시 신밧드의 모험 이야기입니다.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다시 봐도 흥미진진하더군요. 또 어릴 적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오히려 어른의 눈으로 보면 잔혹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확실히 신화나 전설류는 아무래도 정제가 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문명의 혜택을 입은 사람의 눈에는 거칠게만 느껴지는 이야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지요. 어부 이야기의 경우, 어릴 적에는 물고기 굽는 이야기(?)가 재밌기만 했습니다만 지금 보니 잔인함에 있어서는 손꼽힐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군요.

애초에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님에도 동화로 전용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만, 아라비안 나이트도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아이들에게 읽으라 하기에는 확실히 문제가 될만한 부분이 꽤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역시 문학작품은 시대의 산물이네요. 특정 시대의 작품이 수정되지 않은 채로 읽힌다면, 비판적인 눈을 갖춘 사람이 읽지 않으면 오해를 일으킬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라비안 나이트는 오히려 성인의 사랑을 받아야할 작품이 아닐까요? 뭐, 개인적으로 어릴 적의 추억이 떠올라 더 즐거웠던 것을 감안해보면 타당성이 줄어드는 견해 같기도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