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물리학 -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지적 교양을 위한 물리학 입문서
렛 얼레인 지음, 정훈직 옮김, 이기진 감수 / 북라이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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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형식으로 일상 속의 체험을 과학으로 해석해보는 형식의 책은 사실 꾸준히 사랑받는 교양서가 아닌가 합니다. 그것을 보면 역시 자연을 이해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교과서로 가지만 않는다면 세상 지식은 다 흥미롭기 마련이지요 ㅎㅎ [괴짜물리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도 그런 내용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체험하는 일들을 물리학으로 해설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영화 속의 초과학적 기술의 물리학적 설명에 이르기까지 딱 50개의 꼭지가 실려 있습니다. 몇 장 안되는 꼭지들이 대부분입니다만 50개나 되는 꼭지가 실려있다 보니 생각보다 두께가 꽤 나가는군요.



 초반부에 실린 일상 속 물리학 부분은 상대적으로 자주 소개되는 익숙한 소재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는 수영장에 공을 넣으면 물이 얼마나 무거워지는지 소개하는 꼭지가 흥미롭네요. 기본적인 내용만으로 술술 결론까지 이어가는 과정이 작가의 스타일을 잘 드러내고 있었어요. 꽤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서술 방식이 칼럼니스트 답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형식의 책에 있어서 서양 서적이 가지는 장점은 유머러스함이 아닌가 합니다. 국내의 도서는 대부분 진지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유머를 구사해도 자연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인상이 있는데 비해, 서양의 사람들은 뭔가 아재 개그 같은 개그조차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능숙함이 있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문화의 차이인 것일까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네요.



 거울 속의 영상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더군요. 거울 하면 보통 좌우를 뒤집어놓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뒤집어놓는 것은 앞과 뒤라는 설명이었는데요, 어찌보면 물리학이라기보다 사고 게임에 가까운 내용입니다만 한참 생각하게 되더군요. 말장난 같으면서도 맞아 떨어지는 과정이 재미있었습니다.



 영화 속 장면을 물리학으로 설명하는 부분 중에서는 '진짜 한 솔로가 먼저 쐈을까?'가 기억이 나는군요. 미국인의 스타워즈 사랑은 엄청난가보다 싶기도 합니다. 뭐 그래도 스타트렉은 소개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이 두 영화 시리즈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책도 한아름은 되지 않나 싶네요. 아무튼 스타워즈1에서 한 솔로가 현상금 사냥꾼을 먼저 쏴버리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그것을 두고 그의 인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심지어 그 장면을 바꿔버렸다고 하는데요, 책에서 저자가 한 솔로가 총을 쏘는 이 장면을 소수점 초 단위로 나누어가며 서술해가는 진지함이 어이없으면서도 재미있었어요.



 '비행기에서 땅콩 한 봉지를 빼면 얼마나 절약될까?'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쩔 수 없이 땅콩 회항이 떠오르는 제목이었습니다만, 내용상으로는 오히려 '마션' 쪽이 떠오르더라고요. 아무래도 마션에서 중량 계산하는 부분이 자세히 나오다보니 연상이 된 모양입니다. 그 소설 속에서는 비용을 희생하고 생명을 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니 돈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비행기 승객 80명이 탑승 전에 소변만 봐도 연간 절약되는 연료비가 198만 달러라고 하니 우주선의 중량 감소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문제일지는 충분히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겠네요. '마션' 이야기를 한번 더 하자면, 마크 와트니가 동료가 가져온 나무 목걸이 십자가를 불쏘시개로 쓰려고 하면서 나사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십자가를 가져온 동료의 고집에 대해서 언급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그 십자가가 잡아먹었을 돈을 생각하면 나사 직원의 반대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군요.

 캐쥬얼하게 보기 좋은 책이었습니다만 이런 유의 책이 가지는 공통의 문제는 여전합니다. 설명을 간결하게 하는 만큼 오히려 이해는 어려워지는 문제점이지요. 이 문제는 어떤 소재에 대해 설명하느냐 따라서 낙차가 크게 나타나게 되기도 하지요. 저야 늘 그렇듯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쿨하게 접어버리고 넘어가버렸는데요, 반드시 좋은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스트레스 안 받고 책을 읽는 방법이기는 하지 않으려나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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