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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 공부
홍춘욱 지음 / 원더박스 / 2016년 5월
평점 :
대부분의 책을 취미의 개념으로 읽게 되는 저로서는 경제학 서적을 많이 보게 되지는 않습니다. 또 실제 고를 때도 깊이 파고드는 책보다는 경제 외의 분야에 발을 걸쳐서 읽기 좋게 써낸 교양서 수준의 책을 찾게 되고요. 꼽아보자면 팀 하포드나 스티븐 래빗의 책을 아주 재밌게 읽었던 정도지요. 하지만 간혹 거기서 벗어나 예상치 못한 책도 얼렁뚱땅 보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 책도 약간은 그런 느낌이네요. 기본적으로, 체계적인 공부를 계획한 이에게 적절한 책을 추천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지라 제 수비 범위에서 다소 벗어난 경우거든요.

일단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을 먼저 언급하자면 '제목' 부분이네요. 물론 비문학 분야의 책의 경우, 제목이 마음에 드는 경우보다 안 드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아예 서구권 도서처럼 본제와 부제를 철저히 나누어 쓰는 방식을 쓰면 실용성은 보장될 테고 센스가 발휘되면 매력도 얻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요, 각설하고 이 책의 경우는 제목이 오해를 낳을 여지가 있는 경우입니다. 기본적으로 이코노미스트가 독자에게 경제에 대해 가르쳐 줄 제목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이코노미스트가 경제 공부를 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실은 저자가 커리어 상에서 흥미롭게 보았던 책과 경제를 공부해보려는 독자에게 권할만한 책을 아울러 소개하는 도서 추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책의 뒤표지에 그런 설명이 있습니다만, 그것을 보지 않으면 책의 내용을 가늠하기 어려운 제목이라는 것부터가 좋은 제목은 아니라는 말이 되겠지요. 하다못해 뒤표지의 설명을 앞표지에 붙여놓았다면 어땠을까요..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책을 추천하면서 제목을 이상하게 지었다고 비판하는 부분이 있는데 살짝 쓴웃음을 짓게 되더군요. 저자가 다독가이니만큼 책의 제목에 민감하리라는 생각도 드는데, 어쩌면 저자가 지은 책 이름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해봅니다만, 알 수 없네요.
책은 3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1부에서는 저자가 자신의 생을 돌이키면서 독서 방법론과 중요한 생의 순간에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을 소개하고 있고요, 2부에서는 기초 경제학 공부, 주식 공부, 부동산 공부 등 독자의 목적에 맞춰 읽을만한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부에서는 경제를 벗어나 제분야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을 소개하고 있네요.

사실 1부에서 저자의 삶의 이야기가 죽 나와서 살짝 당황했습니다. 연이어 허를 찔린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만, 읽어가다 보니 이게 생각보다 흥미롭더군요. 작가가 커리어를 밟아가면서 한국 경제사의 사건 사건을 거쳐 지나가게 되는데요, 그 사건의 이해를 도와주는 책을 딱딱 소개해주니 우리 경제사를 돌이켜보게 되기도 하고요, 경제학자들의 통찰의 순간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더군요.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를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워졌는지 깨닫게 됩니다. 사실 이들 학자들이 뛰어나서 경제상황을 예측한 건지, 아니면 수많은 학자들이 던진 예측 중에서 얻어걸린 것이 추인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네요. 장기적으로 권위와 능력을 인정받는 석학이 워낙 드무니 의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군요. 저자도 고슴도치 형과 여우 형의 학자들을 대비시키는 등 여러 곳에서 경제의 난해함을 토로합니다만, 그래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포기할 수 없는 분야라는 점이 또 곤란하군요.

1, 2부를 아울러 군데군데 기억에 남는 부분들을 언급해보자면요, 우선 채찍 효과에 대한 인용 글이 기억에 남는군요. 미국에서 재채기를 하면 우리가 독감에 걸려야 하는 이유를 흥미롭게 설명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또, 2008년 경제 위기를 야기한 부시 행정부의 실패가 널리 보면 교육 시스템에 기인한 바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다시 불평등 심화와 관련이 있다는 부분도 인상적입니다. 우리의 현상황을 볼 때 반면교사로 삼지 않으면 안 되는 에피소드겠네요. 국가가 크나큰 경제적 문제를 겪고 나면 그것에 대해 트라우마가 생긴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현명한 판단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남을 수 있다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네요. 충분히 가능한 일임에도 거시적 관점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떠올리기 쉽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만 그런 것을 읽어내는 것이 전문가의 힘이겠네요. 한번 읽어봐야겠다 싶은 책의 목록을 만들게 되는 파트였습니다.

1,2부에서도 절판된 책을 소개한 경우가 있었습니다만 3부에서 소개된 책은 상당히 마이너한 것들이 많았던 기억입니다. 아무래도 경제를 넘어서서 다양한 분야를 살펴보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거기에 역사에 대한 관심까지 결합하다 보니 깊이 파고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 책의 대상 독자를 누구로 설정했을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 면이 있었습니다만, 3부에서 소개된 책들은 특히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들이 다수였네요. 물론 읽어보기 전에 책의 가치를 평가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만 개인적인 취향에 특히나 의존한 선택지였던 것 같다는 인상입니다. 분량도 예상 이상으로 많았고요. 보기 나름이기도 하겠습니다만 이것도 독자의 기대치와는 맞지 않는 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지만요.

언급했듯이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뿌리 삼가 써나간 책이라서 작가가 책 전반에 걸쳐 확연히 드러나는 점은 때로는 좋게 느껴지지만 때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책의 추천이 많았다는 점도 독자에 따라서는 아쉽게 느껴질 것 같고요. 이 책을 집어 든 독자층에서 이런 성격의 책에서 기대하게 되는 부분을 충실히 맞춰주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자 혹은 소개된 책의 인용부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을 예상 이상으로 많이 접하게 되어 흥미를 더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군요. (아무래도 그런 책의 제목을 먼저 목록으로 남기게 되더라는 ㅎㅎ) 여러모로 개성이 제법 강한 책이 아니었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