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1 -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인 이야기, 전2권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6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성규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지성은 제게는 익숙한 출판사는 아니었는데요, 아마도 신생 회사가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이 인문서재 시리즈 때문에 앞으로 어떤 책이 나오는지 지켜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십팔사략과 북유럽 신화에 이어, 이번에는 플루타르코스 전집까지, 제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책을 완역판으로 출간해주고 있습니다. 앞선 책들도 분량이 상당했습니다만, 플루타르코스 전집은 대단하네요. 1000쪽에 달하는 책이 2권입니다. 글도 빽빽해보여서 이전 책과 비교해봤더니 글자 크기나 여백 자체도 줄어들었더라고요. 눈이 뱅글뱅글 도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두꺼운 책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이 정도 되면 부담이 느껴지는 분량이긴 했어요. 고전이란 것이 읽어본 듯 안 읽어본 것이 대부분입니다만,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특히나 낯선 눈으로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라는 이름을 단 책을 몇 권 본 적이 있습니다만 다 축약된 버전이었던 것이죠. 그래도 이렇게까지 축약되었던 줄을 몰랐던지라 나름 충격이었습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인을 선정하고 2인씩 짝지워 비교하는 형식의 인물 전기입니다. 로마가 그리스를 지배한 뒤, 폭넓은 그리스 문명을 자양분 삼아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요, 그런 로마가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가장 잘 드러내는 것 중의 하나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 아닌가 합니다. 교육 목적이 강한 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완역본을 통해서 다시 읽어본 영웅전은 노골적일 정도로 로마적 가치를 구현하는 인간상을 탐구하는 책이었습니다. 굳이 2명의 인물을 비교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율적 수단이었기 때문이겠지요. 



 인물전기라고는 하지만 막상 전기의 특징은 예상만큼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특징이겠습니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그려내고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짚어주고 있음에도, 실제 인물의 특징을 드러내는 것은 오히려 일화로 나열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때문에 그 인물이 살던 시대상이 부각된다기보다, 그 인물의 말과 행동이 드러내는 인물상이 강조되는 느낌입니다. 이것도 앞서 언급했던 이 책의 목적성과 상응하는 부분이겠지요. 짧고 간결한 촌철살인을 좋아했던 로마시대 사람들의 화법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겠고요. 콱 박히는 말이 많이도 소개됩니다만, 특히 유언에 해당하는 말이 기억에 많이 남더군요. 그리스의 전성기를 열었던 페리클레스의 유언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좋은 지도자상에 대한 이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게 되기도 했고요.



 일화 위주의 책이면 읽기 쉬운 책이리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읽기에 좋은 호흡은 아니었습니다. 한 호흡으로 죽 이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중간중간 끊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나 더하자면 어투가 예스러운 점도 있겠네요. 적응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책은 존 드라이든의 영역본을 아서 휴 클러프가 개정한 것을 완역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어조가 좋게 말하면 고풍스럽지만 나쁘게 말하면 뻑뻑합니다. 이 책이 발췌본이나 변형본으로 많이 출간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습니다. 순수히 읽기 재밌는 쪽만 따지자면 십팔사략 쪽이 더 나았다고 해야할 것 같아요. 사실 분량도 만만치 않은 책이니만큼, 페이스를 늦추고 조금씩 조금씩 읽어가는 쪽이 맞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



 다음 시리즈로는 어떤 것이 출간될지 궁금하네요. 신화로 간다면 '변신 이야기' 같은 것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요, 역사서로 간다면 역시 '사기'가 나올 것 같기도 하네요. 투박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원전의 모습을 잘 드러내면서 솔직하게 쓰여지는 고전 시리즈는 늘 어느 정도 이상의 호소력을 가진다고 보는데요, 잘 고른 작품을 쭉 출판해주어 길게 이어지는 시리즈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래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