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서 꺼낸 여행 - 프랑스, 영국, 미국으로 떠나는 수학문화 기행
안소정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휴머니스트에서는 나오는 책은 간간히 체크하는 편인데, 5년쯤 전에 '배낭에서 꺼낸 수학'이라는 책이 나왔던 것은 놓쳤었나 봅니다. 그 책은 이집트, 그리스, 이탈리아 등을 여행하면서 고대 수학사를 둘러보는 책이었던 모양이네요. 그 책이 반응이 괜찮았고 그래서 이번에 후속작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후속작의 제목을 세련되게 잘 뽑았다는 첫인상이 들던데요, 후속작답게 이번 책은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을 거닐면서 근대 이후의 수학사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굳이 순서를 이렇게 둔 것도 흐름을 따라가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었겠지요.



 책으로 들어가보자면 여행기와 수학의 이야기가 반반 정도 됩니다. 여행기 부분은 개인적인 체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거의 없고요, 도시 소개라던지, 역사적 사적이나 명소를 소개하는 것이 중심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이것이 에피타이저 삼아 먼저 나오고요, 수학사의 이야기는 그에 연결되어 소개되고 있지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다운 풍광 사진이 듬뿍 실려 있어 눈이 즐겁더라고요. 반면 살짝 의아했던 것은, 왠지 몰라도 수학 기호나 그래프는 손으로 그린 그림이 꽤 많았다는 것입니다. 정겨워보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굳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의도된 것이라면 말이지요.



 프랑스, 영국, 미국의 이야기가 책을 삼분하며 차례로 펼쳐집니다만, 저는 처음에 실렸던 프랑스 부분이 제일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근대 수학이 어떻게 시작되어 펼쳐져가는가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었다는 소감입니다. 프랑스 혁명이라는 상황과 그런 상황이 수학자에게 무엇을 요청하는지, 그리고 수학자들은 그러한 요청에 어떻게 응답했는지를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카르노, 콩도르세, 푸리에, 라그랑주, 라플라스, 르장드르 등 그 많은 수학자들이 무엇을 연구하며 어떻게 살다 죽어가는지는 길지 않은 분량 속에서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혔습니다. 갈루아의 생애 이야기야 언제 들어도 극적이고요. 영국 편에서는 역시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이야기와 본초 자오선 이야기가 흥미롭더군요. 미국 편은 역사와는 살짝 거리를 둔다는 인상이고요, 현대 수학의 흥미로운 개념이나 문제거리 등을 소개하고 있더군요. 프랙털, 위상수학, 4색 문제 등 말이지요.



 책을 다 보고 난 소감을 솔직히 말하자면,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첫번째로 아쉬웠던 점은 저자 분의 문투였습니다. 워낙 여행기와의 결합이라는 발상이 좋아서 책의 분위기를 달리 만들어주고는 있습니다만, 역시 부분부분 딱딱해질 수밖에 없는 수학을 다루는 책인 것은 변함없지요. 그런데 저자 분의 문투가 너무나 건조하고 딱딱하네요. 기름기 쫙 빼고 흘러가니 읽다보면 목이 타더군요. 충분히 유머러스하게 서술할 수 있는 소재조차 건조하게 읊조리니 맛이 살아나질 않았습니다. 특히 주 독자 대상 연령대가 그리 높지는 않을 책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손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이야기는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도 사실인지라, 독자 쪽에서 호흡을 조절하며 읽어가는 것이 해답일 듯 하네요. 



 두번째 아쉬웠던 점은 머릿글에서 미리 암시되어 있더군요. 저자분께서 이미 이 책의 약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여행기를 기대한 독자에게는 복잡한 수학 이야기가 실망을 불러일으키고, 수학의 역사를 제대로 보려던 독자에게는 내용이 부족하다는 불평을 터트리게 할지도 모르겠다.' 머릿글에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런 어려운 점을 감안하더라도 조금은 더 만족스러울 여지가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이 책의 예상독자들이 이 책에 기대하는 바는, 여행기보다는 수학의 역사일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책에 담긴 수학사적인 내용은 스쳐지나가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책의 권수나 분량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었을 테지만, 그랬다면 여행기에 할당된 양을 줄였다면 어땠을지요. 아니면 아예 책에 소개되는 수학사 항목들을 줄이고 항목당 양을 늘리는 쪽이 훨씬 흥미를 끌기 좋았을수도 있었겠고요. 어차피 체계적으로 수학사를 따라가는 책은 아니니만큼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사실 미국 부분은 일반적인 의미의 수학사를 다룬 파트가 아니었던지라, 이 부분을 다 들어내고 프랑스와 영국에만 집중했다면 훨씬 알차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네요. 아쉬움이 남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