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법칙의 특성 - 파인만의, 일반인을 위한 최초이자 마지막 물리학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음, 안동완 옮김 / 해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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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이면서도 대중을 위한 저술활동도 활발한 과학자들이 꽤 있습니다만, 그 시조라고 할만한 사람 중 한 명이 리처드 파인만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꼭 과학서만 쓴 것은 아니지만요. 그가 쓴 '파인만 씨, 농담도 잘 하시네'의 경우, 이미 오래 전부터 국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사랑받아 왔지요. 제가 알기론 이 '물리법칙의 특성'도 예전에 국내에서 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찾아보니 역시나 1992년부터 꾸준히 재출간 되어오고 있는 책이더라고요.

 

 책의 제목은 이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습니다. 물리-라고는 해도 과학 일반에 통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의 근간이 된다고 할 과학적, 철학적 특성들을 7개의 챕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죠. 원래 파인만이 대학교에서 강의를 한 내용을 정리한 책인지라, 말하자면 7개의 강의가 그대로 7개의 챕터로 옮겨졌다고 보면 되겠고요, 대상자는 아마도 대학교의 물리 입문자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느 정도 물리 용어에 지식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내용이 꽤 됩니다.

 

 일단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요, 첫째로 문투입니다.

 

 말씀드린대로 강의의 내용을 옮긴 것이니만큼 읽다보면 유머러스함과 편안함이 넘친다는 점을 알게 되는데요, 문제는 그렇게 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리더라는 것입니다. 글을 구어가 아니라 문어로 써내려갔기 때문입니다. '~입니다'가 아니라 '~이다'라는 식으로  했다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읽는 맛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 중간중간 유머가 제법 많은데요, 문투 탓에 이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아채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파인만의 유머 자체가 하이개그(?) 스타일인데 여기에 이런 문투까지 섞여버리니 부정적인 시너지를 일으킨 것이죠. 하다못해 괄호라도 치고 '웃음'이라고 써도 나았을텐데 말이죠.

 

 두번째는 번역인데요, 읽으면서 딱 드는 느낌이 이건 영어를 직역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역이 좋은 번역인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책은 후자인 것 같습니다. 일단 다소 추상적인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지라 주어 서술어의 호응만 해도 묘한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그대로 직역을 했으니 읽기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지요. 혹시나 해서 확인해보니 이 책은 예전의 번역본을 그대로 재출간한 케이스더라고요. 기왕 재출간한다면 번역도 조금 더 손을 보았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세번째는 각주입니다. 저자가 이 강의를 한 것이 50년도 넘었더군요. 따라서 지금까지 과학에 있어서의 변화 내지 발전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에 대한 설명이 없다보니 긴가민가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과학철학에 가깝고 근원적인 내용이라 큰 오류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이해를 돕기 위한 각주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더 좋았을 거 같네요.

 

 아쉬운 점을 이야기했습니다만 파인만 식의 설명은 확실히 흥미를 끕니다. 궁금해서 유튜브를 뒤져보니 강의 동영상이 전부 올라와있더라고요. 그만큼 사람들에게 호응이 좋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할텐데요, 칠판에 간단한 그림을 그려가면서 중력법칙부터 시작해서 보존원리, 대칭성, 불확실성 등등을 거침없이 설명하는 솜씨가 빼어나네요. 책이 흥미로우셨던 분은 강의 동영상도 한번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아무래도 책에서는 느끼기 힘든 활기가 있어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건 어려운 거라서 갸우뚱 하고 적당히 넘어간 부분도 꽤 됩니다. 사고 실험과 관련된 부분은 확실히 상상력이 따라줘야할 것 같아요. 영상을 보면 상당히 준비를 한 상태여선지, 아니면 즉흥적으로도 그렇게 할 수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쭉쭉 빠른 말로 설명해버리는데 이게 즉각적으로 이해가 될까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는 책입니다만 장래의 과학도에게 과학에 대한 마인드를 잡아주는 것이 주목적이 아닌가 합니다. 따라서 과학에 대한 인간의 무지와 그에 따라 가져야할 겸허함, 특정 지식의 반증가능성에 대해서 항상 마음을 열어둘 것을 강조합니다. 파인만은 대단히 자유주의자였고 관료주의와는 늘 담을 쌓고 살았다고 하는데요, 그런 그였기에 이런 이야기들이 더 설득력있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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