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악마다
안창근 지음 / 창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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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소설에서 미스터리 추리 소설 장르는 생각보다 보기 드물고 인기도 높지 않은 듯 합니다. 대중 소설중에서 가장 인기있을 수 있는 장르인 것을 감안하면 의외이기도 합니다만, 아무래도 이웃나라 일본 소설의 시장 점령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봅니다. 아무튼 이 소설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오랜만에 본 우리나라 추리소설입니다. 


 소설을 보면서 들었던 가장 주된 인상은 사람들이 좋아할 요소를 모두 담아내고자 공을 들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소재부터도 연쇄살인과 프로파일링을 다루고 있고요, 연쇄살인마가 던진 암호를 해독하는 것이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중요한 양념으로 사랑 얘기도 빠질 리 없겠고요, 사회 비판적 요소까지 담겨있죠.


 등장인물의 설정부터 들어가보자면,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이야 마지막에 밝혀집니다만 그와 적대하는 프로파일러 민수가 흥미롭지요. 뛰어난 프로파일러였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3명의 여성들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감옥에 갖힌 인물인데요, 연쇄살인의 힌트를 얻기 위해 전 여자친구였던 프로파일러 희진이 감옥으로 그를 찾아가는 것이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이런 구조는 당연히 양들의 침묵을 연상시키게 되는데요, 초반부에는 이것이 제법 긴장감을 안겨줍니다. 다만 후반부에서 사랑 이야기가 강조되면서 민수의 성격적인 복잡성이 휘발되어 버리고 '이해가능한 캐릭터'가 되어버린 것은 아쉽습니다. 이 인물이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자신의 말대로 1명만 죽였을 뿐 다른 이들을 죽인 것은 누명을 쓴 것인지 등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많이 남긴 것을 보건대 아마 다른 작품에서 활용될 여지를 남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그럴 거면 민수의 복잡성을 살려두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연쇄살인마가 던지는 암호의 경우, 물론 일반적으로 독자가 풀어내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이해가 가능한 수준으로 독자에게 적당히 흥미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취사선택되었다는 점이 확연하더군요. 사실 굳이 감옥에 있는 민수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는 이것을 풀어낼 사람이 없는가 하는 점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있습니다만.. 더하자면 후반부에서 희진을 구하기 위서 해민수가 살인마가 꼬리를 물어 던져낸 퍼즐을 풀어내는 것이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답을 들으면 말이 되지만 과연 그 퍼즐에서 답이 그것 하나밖에 안나오겠는가 의심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아쉬운 부분을 덧붙였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여러 요소들을 짜맞추어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과정은 충분히 몰입할만한 것이었습니다. 상당히 재밌게 읽히더군요. 다만 어떻게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연쇄살인범의 범행 동기가 밝혀지는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을 감안해보건대 어찌보면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낸 부분이었다고도 하겠습니다만, 이것 때문에 앞서 범인이 저지른 모든 범행들이 한순간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범인은 물론 민수의 캐릭터도 괴상해져버렸고요. 순수하게 미친 놈이었다는 설정이었다면 차라리 덜 허무하지 않았을까요... 이전까지 무난하게 재밌게 읽어왔었는데 오히려 클라이맥스에서 맥이 빠져버려 많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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