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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사략 - 쉽게 읽는 중국사 입문서 ㅣ 현대지성 클래식 3
증선지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9월
평점 :

'십팔사략'하면 저에게는 어릴 적 읽었던 고우영의 만화 버전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고우영 님의 만화 삼국지, 열국지, 일지매 등 어떤 작품도 명작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만, 저에게는 삼국지와 십팔사략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고우영 님의 절묘한 유머 감각에 시간 가는 줄 몰르고 단숨에 읽었더랬지요. 만화로도 10권 분량이니 적은 분량은 아니었습니다만, 이 책의 800쪽에 달하는 분량도 인상적이군요. 다른 출판사에서 1600쪽이 넘는 세트로 나와있으니, 이 책도 축약본이라고 생각되지만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시대는 중국 고대부터 남송의 멸망까지입니다. 저자 증선지가 송 말때의 사람이니 당대 기준으로 전시대를 아우른 야심작이었던 것이겠지요. 하 나라 이전까지는 현재로써도 역사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도 상당히 신화적인 내용이지요. (사실 책이 워낙 긴 기간을 다루고 있느니만큼 제가 예전에 읽었던 여러 책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요, 중국 신화, 춘추전국 이야기, 초한지, 삼국지 등의 내용이 떠오르더라고요.) 역사 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에피소드의 옴니버스적 구성이 사용되고 있고요. 그래서 책의 초반부와 후반부는 읽어가는 질감이 제법 다르더군요.

역사가 재밌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큰 것은 역시 역사가 '이야기'라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DNA에 박혀있는 본성이 아닌가 하는데요, 역사만큼 '이야기'인 것은 없으니까요. 이 책은 시간순으로 역사를 따라갑니다만, 언급했듯이 에피소드 모음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 나더라고요. 만화로 읽었던 십팔사략과 비교하자면 물론 유머가 빠져나간만큼 다소 건조합니다만,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재미는 그다지 부족하지 않다고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는 파트는 역시 춘추전국 시대였습니다. 아는 이야기지만 다시 읽어도 재밌는 것이 춘추전국 시대인 것 같아요.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난무하는 인간상은 현대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더욱 흥미롭지요. 의외로 재밌었던 부분은 후한을 잇는 서진, 동진, 남북조 시대였고요. 삼국지의 사건들을 이어가는 이야기들은 삼국지에서 남은 호기심을 채워가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어찌보면 중국사를 쭉 훑은 기분이 드는데요, 원명청 시대를 다루고 있는 비슷한 성격의 책이 있을까 찾아보고 싶어지네요. 남은 퍼즐을 마저 채워두고 싶은 기분인 것이죠. 역사로 보든, 이야기로 보든 읽는 재미는 확실한 책이 아닐까 합니다. 책장 윗쪽에 꽂아둘 책으로 정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