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눈 - 세계를 뒤흔든 최고의 만평들
장크리스토프 빅토르 지음, 조홍식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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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에 본 독특한 소재의 책입니다. 세계의 만평을 모아낸 책인데요, 자주 볼 수 있는 책은 아니죠. 평소 만평을 보다 보면 잘된 것의 경우에는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 없는데요, 신문의 얼굴이 사설이라고는 합니다만 저는 오히려 만평 쪽이 더 얼굴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습니다. 다만 외국의 만평은 역사책에서 소개된 몇몇을 제외하고는 본 적이 없는지라, 과연 스스로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사실 다소 뜬금없이 만평과 관련된 책이 출간된 느낌이 있어 '샤블리 에브도' 사건을 의식한 것은 아닐까 싶었는데요, 역시나 번역자의 말에 사건에 대한 언급이 있더군요. 소개된 만평 중에서도 샤블리 에브도의 것이 제법 있기도 했고요. 저자가 이 글을 언제 썼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만 소개된 만평이 1989년부터 2012년까지의 것이고 보면 사건 전에 쓰여진 책인 것 같습니다. 즉 책 자체가 사건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겠어요. 신문에서 사건을 접했을 당시, 사상자의 수를 듣고는 끔찍한 테러라는 생각이 앞섰습니다만 소개된 만평을 보니 평상시 이슬람의 기질로 미루어보면 충분히 예상가능한 사건이었겠다 싶기도 했어요. 언론의 자유와 타문화에 대한 존중 사이에 선을 긋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죠. 주관을 규정하기는 쉽지만 객관을 규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 말입니다. 다만 지금의 세계에서는 성역을 만드는 것보다는 성역을 깨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나 개인적인 생각을 해봅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빠졌습니다만, 처음에는 만화책(?) 보는 기분으로 책을 펴들었습니다. 그런데 왠걸, 절대 만만한 책이 아니더군요. 물론 유명한 사건과 관련된 만평을 소개하고 있는만큼 이름은 들어 보았다 싶은 사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만, 근현대 세계사에 대해서 지식이 많지 않은 저로써는 소개되는 사건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단 한컷에 함축적인 의미를 잔뜩 담아내는 것이 만평이고 보면 배경지식이야말로 필수적인 것이니까요. 책의 크기나 두께로 알 수 있듯 만평 하나하나마다 상당한 주석이 붙어있기는 합니다만, 그것을 나 자신이 얼마나 이해하는가는 사건에 따라 큰 기복이 있더라고요.


 저는 이런 책을 만나면 어려운 것은 일단 뛰어넘어가며 이해가는 것부터 부담없이 죽 읽어가는 쪽을 택하는데요, 그것만으로도 세계사 공부 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책이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을 몇몇 짚어보자면 쿠웨이트 침공, 독일 통일, 알제리 폭력사태, 조지 부시 당선, 9.11 테러, 새 교황의 당선, 유로와 국채의 위기 관련 만평이었습니다. 독일 통일 편은 그대로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조지 부시 편의 경우, 풍자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새 교황 당선 편은 그림 자체의 예술성 때문에 기억에 남네요.


 만평에 나라의 기질이 반영된다는 점도 흥미로웠는데요, 있는대로 푹 지르는 성향이 있는가하면 은근히 뒤통수를 갈기는 것들도 있어 비교해보는 맛이 있더군요. 어느 쪽이든 위정자나 권력자의 입장에서 보면 뜨끔한 것일텐데요, 소크라테스가 말한 등에가 떠오르는군요. 등에가 찌르는 것은 분명 아프겠지만 그렇다고 때려잡아버리면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빠져들 뿐이죠. 물론 되도않게 찌르는 등에는 때려잡아줘야겠지만 알아보기 힘든 등에는 일단 살려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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