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와 형사들의 여름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워낙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지라 그다지 가리지 않고 닿는대로 읽는 편인데요, 대체로 묵직한 작품을 선호하는 편입니다만 요즘같이 더울 때는 인내심도 없어져서 짧은 호흡의 소설들이 더 당기는군요. 요새 트릭 위주의 추리소설이 당긴다 싶으면 눈에 들어오는 작가가 히가시가와 도쿠야입니다. 일본작가답게 성실하게 소설을 출간해주기 때문에 접근성도 높고 말이죠. 이번 작은 '마법사는 완전범죄를 꿈꾸는가?'의 후속편인 '마법사와 형사들의 여름'입니다.


 히가시가와의 소설은 단편에 걸맞게 짜여진 트릭과 코믹하고 경쾌한 캐릭터의 양대축으로 지탱된다고 생각합니다. 트릭의 성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만 캐릭터를 다양하게 변주하여 짤막하게 시리즈를 만들어내곤 하는 것이죠. '마법사'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역시 마법이 등장한다는 점인데요, 엄청난 마법을 구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범인이 자백하도록 만드는 마법(!)은 추리소설에 있어서는 사기라고 할만 하겠지요...라고 생각하면 오해! 범인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자백이 실언이라고 주장을 하기 때문에 결국 형사가 따로 증거를 찾아내야만 하는 것이죠. 결국 사건의 해결에는 도움이 안되는데요, 왠지 도움이 안되는 이런 마법을 등장시킨 것은 구성상의 새로운 시도를 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기존 작은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서를 따라감으로써 범인을 찾아내는 방식이었는데요, 이번 작은 아예 범인의 시점에서 살인사건을 보여주고 그 범인을 잡아넣을 결정적 단서를 찾아내도록 하는 방식인 것이죠.


 문제는 이 시도가 그다지 성공적인 것 같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범인을 알고 있는 상태인지라 추리의 맛이 떨어지는데다 단서를 찾아내는 과정도 지나치게 단순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코믹성이 높은 작품일지라도 의외랄정도로 정통적인 트릭을 선보이는 것이 히가시가와의 장점이었는데요, 그 맛이 확 줄어버린 것입니다. 다른 축이라고 할 캐릭터성도 평범하고요. 허술하지만 할 때는 하는 형사와 조력을 담당하는 마법사, 그리고 형사가 사모하는 커리어 상관의 삼각 구성은 분명 무난하기는 합니다만 전작에서 이미 너무 많이 보여준 구성입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가장 큰 매력을 기대했던 마법사가 작품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는 것이죠. 초반에 이미 범인을 밝혀놓아서 독자가 범인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마법사가 약(?)을 써서 범인이 자백하게 해봤자 감흥이 있을 리 없습니다. 또 하나의 역할이라면 도망치는 범인을 마법으로 무자비하게 때려잡는 것일텐데요, 그것도 짜릿함을 주기에는 좀 부족한 수준입니다. 결국 주인공 형사와 썸을 타는 정도의 비중밖에 남지 않네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아주 가볍게 킬링타임용으로 읽기에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네요.좋든 나쁘든 작가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좋아하는 저인지라 이번 작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작을 기대해볼 따름입니다. 톡톡 튀는 트릭의 후속작을 바래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