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 풍자 편 - 사기술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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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4권은 풍자 편이네요. 이 책에 실린 단편들도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습니다만, 부제만으로도 꽤 기대를 하고 읽었던 책입니다. 잘 알려진 포의 작품은 그것이 공포 소설이든 미스터리 소설이든, 모두 알게 모르게 블랙 유머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었지요. 물론 워낙 시대적 색채가 강하여 충분히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지는 의아하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부제를 풍자라고 달고 묶어낸 작품이라면 그의 블랙유머가 본격적으로 발휘될 것이라 기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 태반의 작품만을 보아왔는데-물론 그것이 포의 매력이었겠습니다만-좀 밝은 작품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해보았고요.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과는 좀 달랐지만요.


 오히려 형식적으로 특이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의 처음에 실린 '사기술'부터 독특한 형식을 보여줍니다. 사기술을 해석하고 설파하는 설명서 형식의 소설이었으니까요. 소설같지 않은 소설이라고 할까요? 내용상으로도 풍자라곤 해도 빵 터지는 종류의 것은 드물었습니다. 뒤이은 작품인 '비즈니스맨'도 비슷한 인상을 주는 소설이네요. 풍자라기보다 오히려 당대의 합리적 사고방식을 드러내준다는 점이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작품이었어요. 단순히 재미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안경'이 가장 인상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주인공은 포 특유의 다소 꼬인 데가 있는 인간인데요, 다소 말도 안되는 상황 설정이 이어집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 같은 전개가 웃음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아주 짧은 작품입니다만 '스핑크스'의 경우 태산명동 서일필의 플롯을 깔끔하게 사용하여 실소를 불러일으켜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기괴천사'는 신성모독으로 보일만한 소재를 태연하게 사용하여 포의 독창성을 잘 드러내 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작품이든 의외랄만큼 지적인 면모를 풍기다보니 한편으로는 장황해지는 역설이 있는 것이 포의 단편인데요, 이번 작품은 확실히 그런 면에서는 훨씬 편안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전편인 환상 편만해도 주석이 상당했는데 이번 편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그러한 사실을 잘 드러내주지 않나 싶어요. 다만 의외로 색깔이 약하다는 인상이 남는 걸 보면, 포의 풍자는 저에게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네요. 오히려 공포나 미스터리 작품 속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던 유머가 훨씬 인상적이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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