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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 1 - 차일드 44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에는 영화 개봉에 맞추어 원작이 재출간되는 것이 일상화가 된 듯 합니다. 워낙 영화화가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보니 원작이 어느 정도 잊혀진 뒤에야 영화가 나오곤 하는데요, 거기에 다시 힘입어 원작이 인기를 끄는 방식이지요. 사실 잘된 영화화가 드물다는 것이 보통이고 보면 영화보다 원작의 홍보효과가 더 큰 것 같기도 합니다. 차일드 44도 영화의 평은 그닥 좋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반면 그 흐름에 은근슬쩍 읽어본 원작은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톰 롭 스미스의 작품으로는 '얼음 속의 소녀'를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요, 스릴러임에도 심리소설로 읽힐만큼 섬세한 내면 묘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스릴감은 조금 부족해서 아쉬움이 없지 않았고요. 차일드 44의 경우, 그의 처녀작이라고 들었는데요, 상당히 다른 느낌의 작품이더군요. 훨씬 박력있고 시원시원하게 이야기가 펼쳐지다보니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30살이 되기도 전의 작품이라고 하던데 필력이 여간 아니네요. 이 작품에서도 탁월한 캐릭터 구성 능력을 보여줍니다만 이것은 놀라운 묘사 능력에 기반한 부분이 크겠지요. 장점이 어디 가지는 않는가 봅니다.
제게는 작가가 영국인이라는 점도 생소했는데, 30년대에서 50년대에 걸친 구소련을 배경으로 소설을 써냈다는 것은 더 독특하게 느껴지더군요. 물론 그의 묘사가 얼마나 정확한지 저로썬 알 수 없습니다만, 극한까지 궁핍한 민중의 삶의 모습과 폭압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구소련의 경직된 체제를 아주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때문에 인물에 대한 몰입도가 더 높아지게 됩니다. 예컨대 주인공 레오는 초반부에 다소 정떨어지는(?) 인물로 등장합니다만 배경 속 상황과 충돌하면서 오히려 소명 의식을 가진 인물로 재탄생하는 인상을 주지요. 시대에 순응하는 인물보다 그에 맞서서 신념을 구현하는 인물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부분은 두말할나위 없겠고요. 플롯 구성도 흥미진진합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일어난 소년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시련 그 자체인데요, 그 와중에 한발한발 다가간 끝에 마주치는 진실은 잔인하기만 합니다. 결말의 반전은 짜릿하면서도 소름끼치지만 그만큼 타당하기 때문에 독자의 마음을 흔들 수밖에 없을 듯 하네요.
알고 보니 이 소설은 시리즈물이더군요. 국내에서도 2,3권은 출간된 일이 없었던 것 같은데 노블마인에서 새롭게 1권을 펴내면서 후속작까지 같이 출판했네요. 동일한 주인공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모양이던데 1권만큼 흥미로운 작품일지 기대됩니다. 궁금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