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 검은 고양이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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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아주 어릴 적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런만큼 모호한 기억입니다만 아마도 집의 서재 같은 곳에 꽂혀 있었던 것을 호기심으로 읽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굳이 그 나이에 읽으라고 누가 쥐어주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아마도 '검은 고양이'를 처음에 읽었던 것 같고 ''어셔 가의 몰락'과 '아몬틸라도 술통'을 이어서 읽었던 것 같은데요, 공포보다도 찜찜함에 더 진저리를 쳤던 것 같습니다. 물론 밤잠도 설쳤고요. 그 후에 흔히 최초의 근대적 추리소설이라 평가받는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등도 읽게 되었습니다만 첫인상 때문인지 포는 저에게 오랫동안 공포소설가로 기억에 남게 되었습니다. 

 포는 1인칭 시점을 상당히 자주 구사합니다만 그것이 특히나 강렬하게 작용하는 것이 공포소설이 아닌가 합니다. 보이지 않는 외부의 존재에 의한 공포보다는 내면에 있는 무언가에 의해서 자멸해버리는 인간상이 주를 이루어 묘사되니 말입니다. 이렇게 분열된 자아는 검은 고양이나 도플갱어, 자신이 죽인 자의 목소리가 되어 비명을 지르며 '나'를 파멸시킵니다.(그런 비명이 대부분 양심의 다른 모습처럼 보이는 것은 한편으로 포가 의외로 도덕적이고 성실한 성격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군요..) 이러한 은밀한 공포가 주는 찜찜함이야말로 포의 마력의 원천이겠지요. 때문에 그의 공포소설은 당대의 다른 작품들에 비견해서는 물론 그의 다른 장르의 소설과 비견해서도 훨씬 현대적으로 다가옵니다.  

 다시 읽어도 '검은 고양이'나 '어셔가의 몰락', '적사병 가면', '아몬틸라도 술통'은 최고의 공포소설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특히 '적사병 가면' 같은 경우는 포의 이미지화 능력이 극대화되어 마치 현대의 자극적인 뮤직비디오라도 보는 듯한 인상이 드는군요. 처음 읽어본 '리지아', '모렐라', '직사각형 상자' 등은 사랑인지, 집착인지 알 수 없는 폭풍우에 휘말려버리는 인물상에서 당시의 낭만주의 풍조를 엿보게 되기도 하고요. 새삼 느끼개 되는 것은 그의 단편이 정말 짧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짧은 분량의 9할은 그림 그리기에 할당되어 한편으로는 장황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죠. 그것을 통해서 놀랍도록 생생한 이미지를 구현해내는 것인데요, 현대에 포가 태어났다면 지금의 영상매체를 보고 열광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실없는 생각도 해봅니다. 

 200년전 작품이 통상적인 의미에서 '재미'있다고 느껴지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포의 작품은 당대의 라이벌 작가(?)보다 현대인에게 먹히기 좋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다시 읽어도 짜릿한 재미가 느껴지니 말이죠. 다시 읽어도 재밌는 책이라면 역시 최고라 할만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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