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 - 모르그가의 살인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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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에 미국의 단편소설을 꽤 읽었던 저에게 포는 아주 친밀하게 느껴지는 작가입니다. 고전이란 불리는 책을 써낸 작가 중 특별한 아우라를 가지지 않는 작가가 누가 있겠습니까만 그 중에서도 포의 개성은 강렬하게 비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200년의 세월을 넘어서서 느껴지는 모던함은 신기할 정도지요. 그래서인지 저는 포의 공포소설 쪽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만, 워낙 다양한 장르의 책을 써낸 포이니만큼 그 외의 소설도 짜릿한 작품이 적지 않지요. 예컨대 셜록 홈즈에 빠졌을 때 곁으로 읽었던 많은 소설들 중에 포의 작품도 인상깊게 기억에 남으니 말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근대적 추리소설을 쓴 최초의 작가로 포가 꼽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르그가의 살인', '마리 로제 미스터리', '도둑맞은 편지'가 포의 대표적인 추리소설이라 하겠지요. 사실 그 외에 일반적인 의미의 추리소설을 더 쓰기는 했던가 싶은데요, 이 책에서도 위 세 편이 책의 첫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나머지는 확실히 미스터리 내지 공포소설로 보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 편의 무게감은 나머지 작품들에 맞먹을만 하군요. 돌이켜보면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내가 작가를 잘못봤나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군요. 셜록을 먼저 접했던 저에게 이 작품이 너무 셜록과 닮아보였던 탓이지요. 이성주의의 화신인 듯한 인물상이나 날카로운 관찰에 근거한 추리의 과정, 혹은 밀실살인 등의 소재까지... 이런 모방이 역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포가 마음먹고 추리소설만 써대었으면 코난 도일이 위험할 뻔 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 어릴 때 '모르그가의 살인' 못지않게 '황금 벌레'를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보물찾기라는 소년(혹은 남자?) 본연의 욕망을 건드려주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암호풀이라는, 그 당시의 제게는 생소했던 소재에 열광하기도 했고요. 하인 주피터가 귀엽기도 하고요. 

 이렇게 '건전'한 전반부의 단편들이 지나가면 드디어 포 특유의 '찜찜함'이 폭발하는 미스터리 소설들이 이어집니다. 사실 공포소설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을 정도로 스산하기도 하지요. '범인은 너다'나 '폭로하는 심장' 등이 특히 인상적이네요. '누더기 산 이야기'는 제대로 미스터리풍이고요. 이렇게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써낼 수 있는 것을 보면 역시 보통 재능은 아니라고 하겠네요. 

 포의 작품이야 끊임없이 재출간되고 있습니다만, 손에 잡기 좋은 크기로 비슷한 성격의 작품들을 묶은 이 시리즈의 컨셉은 제법 마음에 듭니다. 가격도 요즘 책값에 비견하면 신기할 정도로 착하고요. 이런 식의 재출간은 두손들고 환영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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