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품은 영어 이야기 - 천부적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영어의 역사
필립 구든 지음, 서정아 옮김 / 허니와이즈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지금은 한풀 꺾였습니다만 영어 공부가 아주 재밌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의 하나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만 알아갈수록 '언어' 자체가 담아내는 다양한 의미와 가치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이죠. 국어를 공부하면서도 깨달을 수 있었던 부분이겠습니다만 우리말이 아닌 외국어였기에 더 확연히 그런 점들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상당부분 흥미를 가지고 있는 점인지라 이 책이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네요.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에는 역사만한 것이 없고 따라서 영어의 역사를 설명하는 이 책은 영어 자체는 물론 문화와 가치관과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드러내줄테니 말입니다.


 역사적 관점에서 서술하는 책이니만큼 책은 켈트 시대로부터 시작하여 중세, 셰익스피어, 존슨 박사의 시대를 거쳐 현대까지 이어집니다. 다소 딱딱할 수 밖에 없는 소재일지라도 역사 속에서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계속 이어져서 재밌게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이 책도 그런 장점을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영어의 조상인 인도-유럽 조어가 갈라져 아프리칸스어, 노르웨이어, 아이슬란드어, 덴마크어, 스웨덴어 등으로 발전하면서 어떠한 유사성을 보여주는지 설명하는 시작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개인적으로 어원에 관심이 많은 저로써는 재밌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던 것이죠. 로마 시대 영어의 발전과정이야 많은 비중으로 할당된 것이 당연하겠습니다만 바이킹이 미친 영향도 상당하더군요. 가장 큰 성과는 셰익스피어의 장이었습니다. 현대 영어의 정제에 있어서 그의 역할이 크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만 책에 소개된 다양한 예를 통해서 그가 얼마나 마법사 같은 역할을 했는가 절감하게 되었지요. 영국인이 그토록 그를 숭배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그의 실존에 대해서 끊임없이 물음표가 제기되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어요. 존슨 박사의 활약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서 거의 처음 알게 되었고 현대 영어가 세계어로 변형되어 가는 과정도 흥미로웠습니다.


 편집도 상당히 잘 되어있다는 인상입니다. 다양한 삽화는 물론 중간중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부록처럼 집어넣어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예컨대 만국공통어가 된 OK라는 단어의 기원을 설명하면서 그것이 all correct의 머릿글자를 바꾼 것이라는 설, 대통령 후보의 대선 표어였다는 설, 심지어 핀란드 내지 아이티 혹은 아프리카에서 유래했다는 설까지 소개해주는군요. 그리고 각국 화폐에 남아있는 라틴어의 흔적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어인 것치고 그 흔적이 많이도 남아있는 라틴어라고 생각해왔습니다만 화폐에 이 정도까지 자취를 남겨두고 있는 줄은 몰랐었네요. 

 

 언어의 매력을 아는 분이라면 누구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잘 만든 책이라는 인상입니다. 이런 책이 이것이 처음은 아니겠습니다만 저에게는 본격적인 책으로써는 첫만남이었는데요, 좋은 시작이었다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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