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의 눈으로 명화와 마주하다 - 명화 속 철학 읽기
쑤잉 지음, 윤정로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통섭류의 책이 인기를 끌면서 명화를 소재로 한 교양서가 다양한 주제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인데요, 사실 외국 작가의 책은 본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성격의 책이 유독 인기를 끌기 때문인가 싶은 생각도 해봤었는데요, 우연찮게 중국 작가의 책을 접하게 되었네요. 유럽도 아닌 중국의 작가라니, 일단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중국과 한국의 차이만큼 다르겠지만 같은 동양권이라는 공통점이 동시에 존재하겠지 싶은 마음에 내용이 어떨지 상당히 궁금하더군요. 


 책을 펴드니 서문에서부터 지은이의 자신만만함이 넘쳐납니다. (실은 이 자신만만함이 책을 이끌어가는 재미 중의 하나라고도 하겠습니다. 때로는 오만스럽게 느껴지면서도 워낙 자신만만한 어조로 주장을 펼쳐내니 나도 모르게 귀기울여 작가의 말을 듣게 되는 것이죠.) 서문에서 작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성보다 이성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말을 하면서 그런만큼 이 책도 예술보다는 철학의 시각으로 이성적인 작품만을 살펴보려 한다고 전제합니다. 이런 성향은 소제목만 봐도 잘 드러나는데요, '영혼의 무게', '바벨탑:야심과 겸손 사이', '인생의 역설과 해답:테세우스의 배'와 같은 제목은 이 책이 철학적 사유에 충실할 것임을 보여주지요.
 
 그런만큼 소개되는 그림들 역시 중세, 르네상스 그리고 고전주의 시대 작품들입니다. 아무래도 낭만주의 이후의 작품에 익숙한 저로써는 처음보는 작품들도 꽤 많더라고요. 개인적인 정서를 표현하는데 치중하는 것이 후자라면 집단적 철학이나 사회규범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 전자인만큼 당연한 선택일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의외로 이성 줌심의 철학 못지않게 신비주의 철학의 내용이 많이 소개되기도 합니다. '영혼의 무게'라는 챕터를 보다보면 우리가 당연시하는 영혼이라는 것의 속성이 시대별, 장소별로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을 정도더군요. 특히 동서양의 사고를 대조시켜 비춰보는 부분에서는 작가의 자신만만함만큼 살짝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설명도 없지는 않았습니다만, 충분히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었습니다. 동서양의 정서를 비교해보는 재미는 '인생의 역설:테세우스의 배'라는 챕터가 최고였습니다. 테세우스에서 출발하여 일본의 금각사, '열미초당필기'라는 중국 설화 그리고 장자까지 아우르며 누비노라면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더군요. 

 책의 마지막 4개의 챕터는 신고전주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에게 바쳐졌습니다. 물론 시대정신이나 다비드의 주제의식 면에서 앞서 전개된 내용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예상 이상의 할당이기는 했습니다. 한편의 논문처럼 보이기도 했으니까 말이죠. 작가가 이 화가에 대해 개인적인 관심과 애정이 많았다는 것이겠습니다만 그만큼 내용의 집중도도 높았습니다. 사상가, 철학자로써의 화가의 모습을 인문주의 시대배경 속에서 힘있게 풀어냅니다. 

 생각 이상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워낙 이런 책을 많이 봐서 근래 물린다는 느낌도 있었는데 색다른 책을 보며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랑 취향이 비슷하신 분에게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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