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장하석 지음 / 지식채널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인기 교양 프로그램을 기초로 한 대중교양서가 출간되는 일이 많은데요, 이 책도 EBS에서 장하석 교수가 진행한 강의를 기초로 하여 만들어졌군요. 저는 이 강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책으로만 내용을 접한 셈인데요, 뒤늦게 유튜브를 검색해서 몇편 감상해보았습니다. 강의와 책의 내용은 거의 완전히 일치하던데요, 특이한 것은 책에서 예시로 들었던 시험을 실제로 시연하고 계시더군요. 잠시나마 재밌게 지켜봤습니다^^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은 과학철학에 대한 입문서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과학철학에 대한 배경지식은 없습니다만, 철학과학이 아니라 과학철학이니만큼 무게중심은 철학 쪽에 있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요, 실제로도 그렇더군요.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과 실험들이 소개되어 추상성을 덜어내주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개념적 정의가 풍부하게 등장하는 책인 것이지요. 강의에 기반한 책이니만큼 실제로 대학교 교양교재로 써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을만큼 교과서적인 전개를 따르고 있는데요, 시작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과학이란 무엇인가'였습니다. 포퍼의 반증주의와 쿤의 패러다임을 대비시켜 소개하고 있는데요, 전자의 합리성과 후자의 실용성이 충돌하는 와중에 후자 쪽에 무게중심이 실리게 되는 과학계의 입장이 암암리에 드러나 흥미롭더군요. 불안한 갈등관계가 암시하듯 과학 혹은 인간이 가지는 지식의 한계는 인식론적, 귀납의 측면에서 여러모로 명백함을 드러냅니다. 파트 1은 이렇게 과학이 추구하는 '진리'가 과연 달성가능한 것인지 회의해 가면서 현재의 과학은 정합주의로 귀결되고 있다는 결론을 보여주는데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습니다만 깔끔하게 예를 들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재밌어 즐겁게 읽어가게 되더군요.

 


 파트 2는 파트 1에 대한 부연설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플로지스톤, 물, 전기에 대한 연구과정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과학의 승패를 논하기란 어렵다는 점,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지식들이 얼마나 어렵게 정립되었는지와 한편으로 그 기반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그리고 명쾌해보이는 현상이라도 여러가지 설명이 가능하고 따라서 한 가지 결론으로 귀결시키기가 어렵다는 점 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끊임없는 의심과 질문 던지기야말로 철학의 기본임을 떠올리게 됩니다만, 여기서 자연스럽게 파트 3의 결론으로 책은 마무리됩니다. 바로 '다원주의'인데요, 다원주의는 근원적 입장에서는 물론 실용적으로도 시대의 요청이라 할 만하고 철학적 자극이야말로 과학의 다원주의를 이룩하는데 최고의 도구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결론입니다.

 


 대화체의 말투와 보기 편한 편집이 예시가 풍부한 내용과 결합되어 술술 읽어갈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두께는 두툼해보입니다만 걸리는 곳이 거의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생각보다 빨리 읽게 되더군요. 굳이 철학적 결론을 따라가지 않더라도 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과학적 에피소드만으로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었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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