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오디세이
이길용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에반게리온이 처음 등장한 것이 벌써 10년이 넘었군요. 학창시절 보았던 에반게리온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본적없는 독특한 디자인의 메카, 신지와 레이 등 전례없는 개성의 캐릭터, 무엇보다 세기말이라는 말이 맞아떨어지는 자극적인 주제 등 특히 내성이 없던 그 당시의 저에게는 모든 것이 너무나 강렬했지요. 이미 오랜 시간이 흘러 조금은 색이 바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도 서, 파, 큐로 이어지는 시리즈의 인기는 에바가 사람들에게 준 충격을 잘 반영하고 있는 셈이지요. 조금은 늦어보이는 이 책의 출간은 아마도 극장판의 인기에 힘입은 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하는데요, 에바의 철학적 배경과 무수한 떡밥의 풀이를 실어낸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영상매체가 대세를 이루는 시대이니만큼 영화나 애니를 소재로 한 철학교양서가 드물지는 않습니다만, 이 책만의 독특한 점을 꼽아보자면 우선 TV판 26회를 따라가며 각 회마다 담론을 병렬적으로 나열하고 있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작가가 10여년 전 TV판을 보고 작성했던 초안을 책으로 엮어냈다고 하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회마다 정치, 종교, 사회, 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죠. 특히 이 애니가 관계의 문제에 주목하여 신지라는 소년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인데요, -특히 TV판은 그 당혹스런 결말을 통해서 주제의식을 더욱 명쾌하게 전해주고 있지요. 물론 엄청난 항의 끝에 극장판으로 다른 결말을 보여주기도 했지만요^^;-이 책이 TV판의 해설을 주목하고 있는만치 다른 부분보다 심리학, 정신분석학적 분석의 분량이 유독 많은 편이더군요.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종교적 분석이었던 것 같습니다. 에반젤린이니 사해문서니 하는 말이 근저에 깔려있는 애니인만큼 설정상 종교에 빚진 바가 많은 작품입니다만, 이 책은 유대교는 물론 북유럽과 바빌론 신화에 걸쳐 다양한 정보를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어가다보면 에반게리온이라는 애니는 어디까지나 소재일 뿐, 모든 영역에 걸쳐 백과사전식 지식을 끌어모아 잇대고 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그 결과 에바를 보지 않은 사람이 이 책을 통해서 그 애니를 상상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서문에서 저자가 에바를 파고들기보다 에바에서 출발하는 책을 쓰고 싶다는 뜻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물이기도 할까요? 오디세이라는 제목이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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