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이 쉬워지는 미술책 - 박물관과 미술관 가기 전에 읽는 사고뭉치 9
윤철규 지음 / 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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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그림..'이라는 제목의 첫부분을 보니 자연스럽게 오주석 님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이 책과 더불어 '한국의 미 특강'을 통해서 우리 그림만의 체계와 의미, 그리고 감상법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이미 고인이 되신지라 이제 더는 책을 내주시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기만 할 따름인데요, 이 책 '옛 그림이 쉬워지는 미술책'은 말하자면 대상 연령을 조금 더 낮춘 버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지 않은 책의 분량이나 한 단원의 짧은 길이와 더불어 구어체의 말투는 이 책이 아동용의 입문서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에 비해 구성이나 내용전개는 생각 이상으로 치밀합니다. 옛 그림은 누가, 왜, 어떻게 그렸는가에서 출발하여 차례로 산수화, 고사 인물도와 초상화, 풍속화, 그리고 화조화와 민화를 읽는 법을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죠. 취사선택된 내용을 봐도 단순히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을 넘어서서 학습용으로도 도움이 될 것을 염두에 둔 책이라는 인상이 듭니다. 특히 간간히 끼어있는 토막 상식은 역사, 문화적 정보를 생각보다 다양하게 전달하고 있더군요. 

 책이 산수화를 첫번째로 소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네요. 산수화야말로 옛 사람들이 무엇을 추구했는지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가장 오래된 산수화는 무엇인가에서 출발하여 잘 그린 산수화의 요건, 안견이나 정선의 작품 소개가 이어지는데요, 왜 산수화가 비슷비슷하게 보이는가를 설명한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네요. 미술의 역사사회적 위치를 간명하면서도 날카롭게 드러내주고 있거든요. 인물도 부분에서 초상화가 유독 많은 이유를 설명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겠네요. 풍속화 부분에서는 왕이 정사의 거울로 삼은 감계화에 대한 글이라던가, 화성능행도의 스케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김홍도의 '모당 평생도'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그림의 분석 과정이 유독 흥미진진했습니다. 화조화는 그림 속 사물들 하나하나가 강한 상징성을 가지는만큼 그 의미를 풀어내주는 과정이 아이들에게 특히 재미있게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진지하고 그만큼 공을 들인 책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내용적으로나 디자인적으로나 '잘 빠진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담없이, 하지만 볼만하게 쓰여진, 누구에게나 권하기 좋은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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