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32가지 물리 이야기
레오나르도 콜레티 지음, 윤병언 옮김 / 작은씨앗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이젠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통섭의 노력이 시도된 것 같습니다. 확실히 서로 별개인 듯한 영역이 서로 뒤얽혀가면서 새로운 지식을 드러내는 과정은 매력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죠. 그중에서도 특히 미술은 그러한 사고의 베이스로 활용되기 좋은 듯 한데요, 설명하기보다 보여주는 미술의 여백이 그러한 활용의 훌륭한 바탕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워낙 이런 성격의 책을 좋아하는 저인지라 관련 도서도 제법 보았는데요, 이번 책은 또 색다르게 다가오더군요.

 

 

 과학과 미술을 아우르는 책도 본 적이 있습니다만 이 책이 색다르게 느껴진 것은 일단 과학의 한 분야인 물리를 다루면서도 철학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었습니다. 앞부분에서 이미 작가는 물리학이 철학의 한 분파로 출발했음을 짚어주고 있기도 한데요, 물리가 우주의 시작과 구성원리를 다루고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겠습니다만 저로써는 상당히 독특하게 다가오더군요. 사실 그런만큼 형이상학적이고 난해한 부분이 있어 고심하며 읽어가야할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그것 자체로도 재미가 쏠쏠한 도전이기도 했습니다. 미래파 작품인 '줄에 매인 강아지의 움직임'을 통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읽어가는 과정이 특히 기억에 남는군요. 양자역학에 담긴 세계관을 뒤짚는 내용들이 능숙하게 조리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합니다.

 

 

 실은 구성방식이 익숙하게 다가와 더 반가웠던 점도 있는데요, 두 명의 화자가 함께 그림을 보고 한 명의 멘토가 그림에서 읽어낼 수 있는 지식을 다른 한 명에게 풀이해주는 방식이 진중권 님의 '미학 오디세이'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죠. 물론 미학 오디세이도 다른 책의 구성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학창시절에 워낙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 미학 오디세이인지라 직접적으로 연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유의 책이 다 비슷비슷하다 혹은 너무 가볍다고 느끼신 분들이라도 새로운 기분으로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저는 아주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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