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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ㅣ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오쿠다 히데오는 '공중그네'를 통해서 만나본 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사실 그렇게 기억에 남는 작가는 아니었습니다. 발랄함이 눈에 띄기는
했습니다만 그 외에는 그닥 인상적인 부분이 없었고 대체로 그런 작품은 오래 기억되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 작품, '걸'은 좀 다르더군요.
역시나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소설입니다만 전체적인 느낌은 '공중그네'와는 아주 달랐습니다. 한 작품만 읽고 작가의 전작을 예측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 작가는 그런 경우에서 좀 벗어나 있었던가 봅니다. 의외로 인상깊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어요.
제목으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습니다. 요새 잘 못 보았던 옴니버스 구성이라는
점도 기억에 남는데요, 총 5편의 단편이 실려있네요. '띠동갑'은 띠동갑 연하의 미남 사원이 후임으로 들어오면서 설레임에 정신을 못차리는 30대
여사원의 이야기입니다. '히로'는 능력있는 직장인인 주인공이 마찬가지로 능력있는 부하직원으로 보고 믿었던 남자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한방
먹여주는 이야기이고요. '걸'은 외모 컴플렉스에 빠져있던 주인공이 우연한 계기로 모델일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아파트'는 경제적인 일을 계기로 예상치 못하게 타 직원의 공격을 받게 된 주인공이 용감하게 그 흐름을 뒤집어내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워킹맘'은 일에서도, 직장에서도 뛰어난 수퍼우먼이 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와 주변의 편견에 힘겨워하는 주인공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이야기이지요.
공통적으로 여성의 모습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그려내는데 주력하면서도 그 이상으로 건강한 현대의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아내로써, 어머니로써, 여성으로써, 인간으로써 이런저런 어려움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대의 여성들일텐데요, 그
와중에서도 긍정성을 잃지 않고 당당함을 유지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특히 여성들에게 속시원함을 안겨주지 않을까 싶군요. 개인적으로 신기했던
점은-자주 그렇습니다만-이성의 심리를 이처럼 설득력있게 그려낼 수 있는 작가의 힘이겠네요. 여성이 남성을, 남성이 여성을 들여다보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생각되는데요, 작가들은 역시 보통 이상의 촉수라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물론 '여성독자분께서는 실제 여성의 심리는 이렇지
않아!'라고 지적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여성분들의 리뷰를 한번 찾아보고 싶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