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경제학 - 경제학은 어떻게 인간과 예술을 움직이는가?
문소영 지음 / 이다미디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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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전에 넷서핑을 하다 우연히 명화와 관련된 재밌는 글을 포스팅해주는 블로그를 발견했었는데요, 그 후 이웃으로 등록해놓고 가끔씩 들어가서 글을 읽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가보니 그 블로그 주인장께서 책을 내신다는 글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바로 이 책을 쓰신 문소영 님이 그 블로그의 주인장이셨죠. 사실 요새는 자주 있을법한 일인데도 뭔가 반가운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조금 놀라웠던 부분이라면 경제학을 포섭하는 책을 내셨다는 것이었는데요, 블로그에 올리시는 글에서는 경제학에 대한 것을 올리셨던 기억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경제학을 전공한데다가 경제부 기자 경력도 있으시더라고요. 


 예수가 성전의 상인들에게 채찍을 휘두른 성경 속 이야기로 책은 시작하는데요, 실은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잠깐 '어라?' 했었습니다. 독점과 담합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거야 당연했겠습니다만 수요 공급 그래프가 등장하면서 가격 탄력성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었거든요. 저는 미술을 통해 드러나는 당대사의 한 단면으로써 경제가 등장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요, 경제학의 개념 하나하나를 설명하는데 명화를 소재로 쓰는 방식이라면 제가 기대한 것과는 정반대인 셈이었으니까요. 후자의 방식으로 쓰여진 책은 대부분 딱딱하고 기계적이기 쉬운터라 제가 좋아하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뒷장부터는 제가 기대한 방식으로 전개가 되더군요. 통시적으로 미술사를 따라가면서 당대의 경제현상들을 들춰보고 간간히 그 의미를 현대에 비춰보는 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죽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각 장의 타이틀만 봐도 대략 책의 내용을 추측하실 수는 있을 텐데요, 대항해시대와 중상주의, 네덜란드의 튤립광풍, 산업혁명과 터너의 그림 속 전함과 기차, 밀레의 이삭 줍기 속의 노동자의 모습, 로트레크의 그림과 베블런의 과시적 소비 등 흥미로운 주제가 이어집니다. 인상깊었던 것을 꼽자면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 편과 산업혁명과 터너의 그림 편이었습니다.

 

 

 튤립 광풍의 이야기는 반드시 등장하지 않으려나 생각했던 주제인데요, 경제사 책에서도 버블경제의 예로써 반드시 등장하는 사건이고 보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다만 막상 그 주제의 그림은 떠오르는 것이 없었는데요, 책을 보니 피테르 브뢰헬의 손자가 그린 그림이 소개되고 있더군요. 투기 열풍에 빠져든 인물들을 원숭이로 그려내어 대놓고 비웃는 풍자화였는데요, 투기라는 것이 밖에서 지켜보면 아무리 우스꽝스러워 보일지라도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법인지라 되풀이되어 비극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새삼 다시 하게 됩니다. 이러니 현재에 와서도 같은 문제가 겉모습만 바꾸어 반복되는 것이겠지요.


 터너의 경우, 제가 아주 좋아하는 화가입니다만 다소 환상적이고 인상주의인 화풍에도 불구하고 소재는 매우 현대적이죠. 책의 

표지에 터너의 그림이 등장하니 더욱 반갑기도 했는데요, 책 속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은 차갑고 무거운 것입니다. 앞서 등장한 중상주의 편의 내용과 이어져 가치관 내지 사상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는 것인데요, 경제가 다른 모든 문제에 앞서는, 심지어 경제가 모든 문제의 면죄부가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보노라면 그 심각함과 중대함은 그 어느 때보다 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한편으로는 역사의 반복 내지 인간의 본성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요.

 

 

 미술 분야의 교양서는 내용도 중요합니다만 역시 그림 보는 맛이 빠질 수 없겠는데요, 다양한 도판의 그림들이 충분히 실려 있어 다소 딱딱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내내 눈이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비슷한 테마의 책들이 제법 많이 출간되었습니다만 작가마다 같은 듯 다른 일면들을 보여주니 늘 새롭게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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