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 - 그래픽 평전 푸른지식 그래픽 평전 3
넬슨 만델라 재단 글, 피노 옮김, 움란도 웨지톰비 그림 / 푸른지식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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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2월에 넬슨 만델라의 부고를 뉴스로 접했습니다. 90년대 중반 노벨 평화상의 수상과 대통령 취임을 전후하여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자유화를 이끈 그를 한동안 잊고 지냈던 것이 사실인데요, 세상을 뜨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생각 이상으로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더군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민주화라는 과제를 놓고 싸워왔던 많은 분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난 소식을 듣게 되는 참이라 만델라의 죽음이 좀 더 피부에 와닿게 느껴졌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90년대 넬슨 만델라에 대한 한국인의 애정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본 끝에 흘러나온 것이었을테니 말입니다.

 

 

 그의 정치적 행보는 대략 알고 있었으나 전기를 읽어본 적은 없었는데요, 이번에 만화 형식의 전기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군요. 이 책은 대략 10년 전에 8번에 걸쳐 연재된 만화를 묶어낸 것이라고 하는군요. 아프리카 족장 출신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그는 비록 아버지가 족장 자리에서 물러났다고는 해도 부족민의 생활방식과 교육양식을 고스란히 이어받는 어린 생활을 보냈더군요. 그렇지만 교육은 철저히 서구적인 방식의 것을 받았는데요, 이러한 불일치에 더하여 흑백 차별의 실태를 고스란히 겪었던 그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법조인으로써 변호사가 되어 적극적으로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반대운동에 참여하는 모습은 어쩔 수 없이 작년에 인기를 끌었던 영화 '변호인' 속의 정치인을 떠오르게 만들더군요. 그 후 무장투쟁과 관련하여 종신형을 선고받고 무려 27년이나 복역했으나 마침내 출소하여 대통령이 되는 과정은 오랫동안 민주화의 상징으로 싸워왔고 갖은 고초를 겪은 끝에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던 우리나라의 또 다른 정치인을 떠오르게 만들고요. 읽어가는 내내 계속 우리의 역사를 비춰가며 떠올리게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역사에 이토록 닮은 꼴이 많다라는 것은 혹시 그 안에 어떠한 필연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그런 생각이 별로 유쾌하지 않은데요, 왜냐하면 그런 필연성을 인정하는 것은 인간을 너무 작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런 필연성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대는 무신경한 사람들의 말을 종종 듣는 것도 사실인데요, 그때마다 맘이 상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필연과 당위의 문제는 늘 쉽지 않은 문제인데요, 그것을 자신의 이익에 따라 이리저리 쉽사리 끌어당겨 사용하는 것만은 보고 싶지 않네요. 

 

  마지막으로 만화로써의 형식에 대해 덧붙이자면 그림체가 거칠고 투박하며 큰 개성을 느낄만한 구성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평전으로써의 기능에 충실한 것을 초점에 두었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생동감있는 색의 활용은 인상적이었네요. 확실히 국내에서도 해외에서 들어온 그래픽 노블 형식의 책이 점점 더 많이 출간되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는데요, 다양한 나라의 개성있는 작품들을 접하는 재미도 쏠쏠한 요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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