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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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수 님의 단편집, 꽤 오랫만이 아닌가 합니다. 근래 들어 에세이집은 자주 내셨지만 소설은 오히려 드물었다고 기억하는데요, 특히 단편집은 더 오랫만인 것 같네요. 장편과 단편의 감각은 워낙 차이가 많이 나는지라 이번 작품은 상당히 색다르겠구나 예상하기도 했는데요, 제목의 독특함은 이전과 다를 바 없군요. '완전변태'라길래 혹시 그 변태(!)인가 했더니 생물시간에 배운 완전변태, 불완전변태의 개념이었습니다. 멀쩡히 잘 배웠던 용어인데 왠지 멋대로 상상했던 것이 뻘쭘하기도 하군요.

 

 포함된 단편은 딱 10개인데요, 이외수 특유의 발랄함(?)은 역시 단편의 형식일 때 더 강렬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소설의 성격이 다양하기 때문에 더욱 유쾌한 인상을 주고 있고요. 동명의 소설 '완전변태'는 교도소에 들어가게 된 시인을 소재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시인이 교도소라는 공간 안에서 변모해가는 모습을 변태 과정에 빗대고 있는 것인데요, '장주지몽'의 일화가 연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네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소멸될 수 없다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신뢰는 책의 표제작으로 쓰일만큼 책을 대표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었을까 해요. 특히, 주인공이 시인이라는 점도 그렇고 작가 자신의 모습이 다소나마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하여 흥미롭게 느껴지더군요. 작품 전체에 걸쳐 실제로 노인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일까요? 재미로는 '청맹과니의 섬'이 떠오르는군요. 적절한 대조효과와 인상적인 반전 등이 얽혀져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 '파로호'도 기억에 남는데요, 언론에 대한 비판에 있어 작가의 특기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톡 쏘는 맛이 없으면 이외수가 아니죠^^ 디저트처럼 깔끔하게 책을 마무리짓는 '대지주'는 기분좋게 책을 덮게 만들어주었고요.

 

 상당히 좋은 느낌으로 읽어갈 수 있는 소설이었네요. 분량상으로도 그렇고 내용 면에서도 그렇고 시원시원하게 술술 읽히는데요, 한편으로는 소설집으로는 조금 너무 쉽게 읽혔다는 느낌은 있습니다. 하지만 달리 말하자면 소설 읽는 즐거움이 잘 살아났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가 오랜만에 낸 소설집, 실망스럽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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