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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합시다
이철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저 역시 '썰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기 전까지는 이철희 소장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치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편인지라 그런 탓도 있겠습니다만.. 변명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정치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늘 분쟁으로 마무리되곤 하는 점이 기질에 맞지 않는 점이
큽니다. 또 날이 갈수록 옳고 그름을 논하기가 어렵다보니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하는 정치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방송에서의 이철희
소장을 보자면 섬세하고 조심스러우면서도 균형감 있는 결론을 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 같더군요. 그런 점 때문에 이분의 속내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책을 통해서라면 좀 더 자세하게 그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책을 펴보게 되었네요.
그의 성격을 추정해본다면 그렇지 않을까 싶게도, 책은 진보에 대한 자기반성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김대중, 노무현, 박원순, 안철수,
문재인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죠. 이어 보수에 대한 비판을 시작하는데요, 이명박, 박근혜 두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하여 김기춘,
김무성에 대하여 이어갑니다. 이어서는 바람직한 정치가와 정당의 모습, 지역주의와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민영화와 연금제에
대한 조망을 하고 있네요.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그가 '썰전'에서 언급한 적이 있던 주제들임에는 틀림없어 보이는데요, 하지 못한 이야기를 더
하겠다는 의도가 이 책으로 이어져나왔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흥미롭게 봤던 주제 중 하나는 역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책을 보다보면 이철희 소장은 인물에 대한 평을 하면서도
반드시 정치 판도의 큰 그림 안에서의 역할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 사람을 평할 때는 인격이나 지성에
대하여 논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그것을 구조 안에서 살펴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면 역시 그가 정치 전문가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튼 박근혜 대통령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는 것이죠. 대선시기 박근혜 후보는 보수가 민주화 세력에 대한 반격을
꾀하던 타이밍에 보수의 가치기반을 가장 잘 표상하는 인물로 등장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어 보입니다. 그런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소외시킴으로써
보수 내부에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는 평가는 흥미롭네요. 이것이 차기 대선에까지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종북 이슈에 대한 분석은 평소 제가 생각하던 부분과 일치하는 면이 많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러한 프레임을
깨는 데 있어 복지 해법이 답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요, 조금 더 설명이 있었으면 싶더군요. 사실 이 외에도 곳곳에 설명이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요, 간결하고 명쾌하게 정리해낸다는 장점은 한편으로는 근거에 대한 설명 부족이라는 단점이 되기도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저처럼 정치에 무지한 사람이라면 현재의 정치 판도를 이해하는 한 축을 들여다보는 데 있어 이런 간결한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싶습니다만 반대로 익숙한 분에게는 빠진 부분이 많은 책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