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모험 코너스톤 셜록 홈즈 전집 5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바른번역 옮김 / 코너스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정도 연령대 이상의 분이시면 어릴 적에 셜록 홈즈의 소설에 푹 빠졌던 기억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당부분 무협지 내지 만화책과 함께 묶여서 평가절하당하던 추리 소설의 하나였습니다만, 셜록 홈즈의 신들린 추리력과 독특한 캐릭터에 빠진 아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기억이 있네요. 지금에 와서는 워낙 다른 추리 소설도 많이 출간되고 해서 오히려 예전만큼의 인기를 끌지는 못하지 않은가 싶은데요, 한편으로는 책으로써보다 다른 매체로의 재생산을 통하여 접하는 기회가 대폭 늘었다는 게 사실이죠. 만화나 영화, 드라마 등으로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셜록 홈즈가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저 역시 꼬박꼬박 그런 재생산물을 즐기고 있습니다만, 막상 원본 소설 자체는 다시 본지 정말 오래된 것 같습니다. 때문에 이렇게 오랜만에 보는 셜록 홈즈는 생소하기도, 새롭기도 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셜록 홈즈의 모험'은 12편의 단편을 모아두고 있었는데요, 심지어 제목도 잊어버린 것이 태반이었습니다만 읽다 보니 줄거리가 차차 다 기억나는 것이 신기하더군요. 특히 '얼룩 끈' 같은 경우는 어릴 적에 추리 소설보다는 공포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버스커빌 가문의 개'도 그렇고 코넌 도일은 섬뜩하고 극적인 설정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상당히 능했구나 생각하게 되네요. 에드가 앨런 포의 영향이었을까 상상해보게도 됩니다. '보헤미아 스캔들'의 경우, '아이린 애들러'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로 유명하죠. 홈즈가 여성을 깔보는 성격인데다 그런 홈즈에게 한방 먹였다는 점 때문에 크게 부각되는 여성입니다만, 실제 소설에서 보면 그저 센스있는 여성 정도로 생각되는게 사실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가 필요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인상적인 캐릭터로 성장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왓슨도 굉장히 적극적인 인물로 성장했다고 하겠네요. 소설을 보자면 말그대로 1인칭 관찰자 시점의 '관찰자'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캐릭터니 말입니다. 아무래도 이미 본 적이 있다 보니 트릭 자체를 알아서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셜록 홈즈 시리즈의 정교함과 기발함이 절대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느끼게 되는데요, 반면 구성과 설정, 특히 캐릭터는 굉장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흘낏 보고 모든 것을 알아내는데다 일상의 것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오만한 천재인 '셜록'도 그렇습니다만, '왓슨'이라는, 셜록과 대조되는 관찰자 캐릭터가 없었다면 과연 이 소설이 지금만큼의 재미를 끌어낼 수 있었을지 의심되더군요. 그런 역할적인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에 많은 셜로키언이 '왓슨'에게 관심을 기울여왔고 마침내 현재처럼 적극적 캐릭터로 재해석되는 데까지 이른 것이 아닐지요..

 

 아주 오랜만에 보기도 했고 소설에 대한 취향도 많이 바뀌기는 했습니다만, 여전히 흥미로운 면을 많이 발견하게 되는 재만남이었습니다. 마음 구석에 부담감과 걱정이 있어서 단편집으로 시작했는데요, 이 정도면 장편을 재도전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생산된 셜록과는 다른 진짜배기 셜록의 맛을 느껴보기에 딱 좋은 것이 이 단편집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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