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에게나 꼭 읽어보아야지 하다가도 잊어버리고 지나가는 책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겐 그 중의 하나가 이 '대구'네요. 대학교 때 신문의 광고를 보고 내 취향의 책이네 하고 점찍어놓았다가 어찌어찌 지나쳐버렸던 것이죠. 그런데 재출간을 계기로 이제서야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읽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다큐멘터리를 엮어 낸 '슈퍼피쉬'라는 책을 읽기도 했던 것을 보면 이렇게 주제가 이어지는 책을 읽게 되는 것도 인연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출간 자체가 유행 내지 시대적 흐름의 반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대구'는 겨울에 찾는 생선입니다만 그렇게까지 널리 찾아진다던가 하는 매력을 발휘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격도 상당히 비싼 것으로 알고 있고 말이죠. 하지만 서구 역사에서는 '대구'가 굉장히 중요한 식재료였던 모양입니다. 책은 중세 바스크인들이 즐겼던 생선으로써의 '대구'의 소개를 시작으로 현대까지의 관련 문화사를 쭉 훑어가고 있는데요, 생선 하나에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줄줄 달려나온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어떤 소재든 역사적으로 파고 들어가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고 하겠습니다만, 분명 '대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많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 정도로 중요한 식재료였던 것이죠.  

 

 

 역사, 문화, 정치 등 각종 이야기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아이슬랜드와 영국 간의 '대구 전쟁' 이야기였습니다. 미국 트루먼 대통령의 선언을 계기로 하여 조업권을 놓고 양국 간에 다툼이 벌어졌던 것인데요, 3차에 걸쳐 전쟁이 이어질 정도로 심각한 상태까지 흘러갔다고 하네요. 물론 이것이 대구 때문에만 벌어진 것은 아니고 여러가지 복합적 요소가 작용했던 것입니다만, 이러한 갈등의 와중에 현재의 영해 제도가 발전해왔던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사태는 현재에는 더욱 심각해진 해양자원 고갈의 문제를 암시하는 것이기도 했고요. 현재 남획의 문제는 여러 이권과 국가간 세력권 문제가 얽혀져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요, 심지어 이 책의 초판이 발행되었던 때보다도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 하니 관심을 가지고 심각하게 고민해볼 문제임에는 틀림없다고 하겠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널리스트 특유의 맛깔나는 필력이 아닌가 합니다. 저널리스트가 쓰는 책은 대부분 신기할 정도로 생동감이 넘치고 유머감각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는 인상이 있는데요, 이 책의 저자 쿨란스키도 책의 시작에서부터 그러한 필력을 유감없이 과시합니다. 아일랜드 부근에서 대구를 잡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손에 잡힐 듯 그려내는 솜씨가 입맛을 확 돋우고 있는 것이죠.(글의 성격상 유머를 찾기는 좀 힘들지만요~) 글솜씨가 뛰어난 필자가 하나의 소재를 집요하게 파고들면 어디까지 성취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전형적인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관련 분야에서 망설임없이 추천할 수 있는 책이 추가되었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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