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처럼 생각하기 - 엉뚱하고 유쾌한 발상으로 생각의 틀을 깨주는 흥미로운 사고실험!
마틴 코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문화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철학책인줄 알았던, 부제를 본 다음에는 심리학책인줄 알았던,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뭐라 하기 알쏭달쏭한 책인 '데카르트처럼 생각하기'입니다. 두꺼운 책은 아닙니다만 아주 다양한 영역의 내용을 독특한 방식으로 아울러내고 있는 책인데요, 구성은 마치 자기개발서처럼 되어 있네요. 한달동안 매일매일 심리학 내지 철학, 혹은 생물학적 주제를 한 가지 화두로 제시하고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풀이해주는 방식으로 되어있는 것이죠. 주제들도 흥미로운데요, 예컨대 '과연 인간이 불멸할 수 있을까?'와 같은 원론적인 질문부터 시작하여, 아이들과 어른들의 숫자감각은 어떻게 다른가와 같은 생물학적 질문, 꼬불꼬불한 해안선의 길이를 정확하게 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와 같은 수학적인 질문까지 다양한 성격의 주제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독특한 점 한 가지는 주제가 심리실험의 방식으로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예컨대 잠재의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좋아하는 세 가지 동물을 떠올려보고 그 이유를 덧붙여볼 것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흥미로운 해석을 덧붙여주죠.(저는 실제로 생각해보지 않고 바로 해설을 읽어버리는 바람에 제 자신에 대한 분석은 해보지 못했는데요, 조만간 친구에게 한번 써보려고 틈을 보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은 흥미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게 보였습니다.



사실 상당히 난해한 주제가 제기되곤 하다 보니 이 정도 분량으로 주제를 충분히 설명해낼 수 있는가 의아하게 여겨지기도 했는데요, 사실 주제는 모호해도 해설은 한정적이고 간결하여 읽기가 쉬운 편입니다. 주제에 대해 충분히 답변하기보다 그 주제의 흥미로운 단면을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할까요? 그만큼 역사적 일화가 많이 소개되는 편이고요, 작가도 부족한 부분이 있음을 인식해서인지 주제의 말미에 늘 참고할만한 도서를 제시하는 철두철미함을 보여주더군요. 하나 더 덧붙이자면 작가가 은근히 유머를 많이 구사하고 있는데 이게 약간 코드가 독특해서 처음에는 유머인지 아닌지 긴가민가 하기도 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진지한 블랙유머라고 할텐데 처음에는 유머인지 알아보기 어렵지만 읽어가다보니 아 아까 그게 유머였구나 생각하게 된달까요?^^; 작가가 자신의 책은 자기개발서가 아니다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는 단원을 따로 뽑아서 중간에 배치해두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이게 뭐지 생각했다가 뒤늦게 그 의도를 알고 독특한 유머감각에 쓴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살짝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을 꼽아보자면 일단 말투가 자연스럽지 않은 곳이 간간히 보인다는 점이 있습니다. 원래 저자의 글쓰기 방식 때문인지 번역에 미흡함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짧은 문장인데도 말이 입끝에 걸려서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눈에 띕니다. 또 하나, 이 책의 원제는 'Mind Games'인데요, 제목이 상당히 의역된 경우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데카르트가 책의 어느 부분에서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점인데요, 확실히 다양한 색깔을 지닌 책이니만큼 이름짓기가 쉽지는 않겠습니다만 굳이 데카르트를 넣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네요. 오히려 책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주는 제목이라고 생각되는군요.

형식과 내용의 밸런스가 좋아서 내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박식한 사람이 교양서를 쓰면 이런 형식이 되는구나 저절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연령대에 상관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쓰여졌다는 점도 강점이겠고요. 만만치 않은 주제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살펴보는 재미를 느끼고 싶으신 독자들에게 권할만한 책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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