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 Movie Tie-in 펭귄클래식 139
솔로몬 노섭 지음, 유수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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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읽었던 책들은 아무리 세월이 가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도 기억에 나는 책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빨강머리 앤', '집없는 아이' 그리고 이원수 님의 동화 등이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빠지지 않는 책이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네요. 이 책을 읽고 얼마나 펑펑 울었던지요.. 감정적인 부분에 약한 나이대였다고는 해도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예의'에 대해서 어렴풋하게나마 생각하게 되었던 계기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아카데미 수상을 계기로 '노예 12년'이라는 작품을 알게 되면서 떠올렸던 것도 역시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었습니다. 픽션과 논픽션의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서로 연상하도록 만드는 요소가 워낙 많으니 말이죠.



책의 시대적 배경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저자인 노섭이 납치되어 노예로 전락한 때는 1841년입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출간된 것은 1852년이고, 링컨의 노예해방선언이 있었던 것은 1863년이라고 하는군요. 당시 이미 노예제도에 대한 회의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주에 따라서 노예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주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주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노섭은 노예제도가 폐지된 뉴욕에서 태어났던 모양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노예였으나 아들이었던 노섭은 노예생활을 체험해본 적이 없었던 자유민이었던 것이죠. 그랬던 노섭이었으니 납치에 뒤이은 노예생활은 더욱 충격이었고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책은 그가 두 명의 주인 밑에서 겪고 보았던 일을 차분하게 회고하고 있습니다. 예상 이상으로 우아한 문체로 그려지는 당대의 시대상은 참혹해서 놀랍다기보다 일상적이고 평범해서 두렵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인권'이라는 것이 얼마나 획기적이고 놀라운 발명인가 하는 점입니다. 어떤 시대에서라도 흑이든 백이든 인간은 본질에 있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하나의 고정된 가치 체계에서 태어난 사람은 그 체계 안에서 사고하게 마련이지요. 특히 다수의 사고방식은 더욱 그럴테고요. 그런 와중에서도 '인권'이 인류 공통의 가치관으로 성장해온 것은 필연이든, 우연이든 역사의 흐름과 인간 본성에 대해서 경이로움을 느끼게 만듭니다. 물론 현재도 이름만 바꾼 포드와 엡스가 여기저기 널려 있고 내 안에서도 그들의 일면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 진실의 한 부분이겠지요. 하지만 노섭의 삶의 여정을 통해서 자신과 사회에 대해서 돌이켜보고 부당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인권이 더욱 확장되고 완전해져갈 것이라는 희망을 주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 책보다는 영화를 먼저 보는 것이 일반적인 선택인데 이번에는 책을 먼저 봐버렸네요. 그래도 워낙 좋은 평을 받은 영화이니만큼 다른 색깔의 깨달음과 감동을 주겠지 하고 기대해봅니다. 책의 여운이 남아있을 때 극장으로 찾아가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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