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개의 아시아 1 - 아시아 대표 이야기 100선 아시아클래식 1
김남일.방현석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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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어릴 적부터 신화나 전설을 참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이야기 싫어하는 아이가 어디 있겟습니까만, 그리스 신화부터 시작해서 인디언 신화, 북유럽 신화, 이집트 신화 그리고 우리나라의 전설 모음집까지 주리줄창 읽어대었으니 신화를 좋아한다는 말을 해도 부족함은 없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재밌어서 읽었고, 조금씩 머리가 굵어가면서는 신화가 담아내는 '원형'을 더듬어내는 매력에 빠져서 읽어가게 되었습니다. 단순하면서도 신기할 정도로 시공을 뛰어넘어 공유되는 정신세계의 지평은 살짝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들곤 했죠.



사실 서양의 신화는 상당히 잘 정리되어 있어서 출간된 책도 많았고 그만큼 접한 빈도도 높았습니다. 반면 아시아권의 신화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인도 등 가깝거나 강대한 국가의 대표적인 이야기들만 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동양문화의 지평에 모자람이 있을 리 없는데 아직까지 충분히 발굴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아시아의 신화와 전설을 모아낸 2권의 책이 출간된다는 것이 반갑게만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 2권이 책이 감당해내는 이야기는 한줌 정도 이겠습니다만, 우리나라의 작가들이 힘을 합쳐서 좋은 이야기를 찾아서 펴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이야기 모음집이라기보다는 이야기 해석집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야기를 원본 길이대로 전달하는 것 같지는 않고요, 적당히 줄여서 실어주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평범한 모음집을 기대했던터라 이 부분은 약간 아쉽기도 했는데요, 그런 개인적인 기대감과는 별개로 저자들이 펼쳐내는 해석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이야기에 숨겨진 원형을 해석하고 그 뒤의 역사를 살펴보며 유사하면서도 다르게 변주되는 각국의 이야기들을 비교분석하기도 합니다. 삶과 죽음, 진리와 가치관, 문화간의 경쟁에 이르기까지 아우르고 있고요. 바리 공주를 비롯하여 익숙한 우리 이야기들도 제법 많이 실려 있는데요, 특히 한국의 콩쥐팥쥐를 중국, 일본, 베트남의 유사 민담과 비교해준 글이 기억에 남네요. 이 이야기들 속에서 '복수'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살펴보고 각국의 이야기들을 비교 분석해보는 과정은 고고학 내지 민속학을 간접경험하는 듯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해석이 강조되는 책이니만큼 간간히 딱딱한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즐겁게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책이었습니다. 흔히 신화는 정신의 샘이라고 하는데요, 아시아에도 이토록 풍요로운 샘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어 특히 기뻤던 것 같습니다. 아마 이 책을 읽으시는 다른 분들도 저와 비슷한 감상을 느끼시지 않을지 싶은데요, 이야기로 즐기던 인문서로 즐기던 큰 부담없이 읽고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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