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의 즐거움 -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클래식 해설서의 고전
번스타인 (Leonard Bernstein) 지음, 김형석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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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은 한풀 꺾였습니다만 한때 말러 교향곡에 푹 빠져 지냈던 적이 있습니다. 말러 특유의 감정 폭발과 혼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시기에 당연하다는 듯 처음으로 구매하게 된 것이 번스타인의 앨범이었습니다. 워낙 완성도 있는 앨범이 많이 나와있는 지금입니다만 아직까지도 말러 해석의 최고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번스타인이니 말입니다. 격렬하게 폭발하는 번스타인의 말러를 몇번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지금은 취향도 살짝 바뀌어 번스타인의 해석을 조금은 부담스럽게 느끼게 되었습니다만, 그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마음 한켠에 제법 크게 자리잡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니 이 책이 이토록 반갑게 느껴졌겠지요.



지휘자이자 (그보다는 조금 덜 유명하게) 작곡가로 알려진 번스타인이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관심이 많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번스타인의 음반을 찾아들을 즈음 당연하게도 그의 '청소년 음악회' 영상도 접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막상 그가 책을 집필했다는 것은 몰랐네요. 엄밀히 말하면 이 책의 후반부 절반은 방송대본 모음집입니다만, 책의 전반부는 번스타인이 글도 상당히 잘 썼구나, 역시 다재다능한 인물이구나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이 부분에서 번스타인은 가상인물과의 상상의 대화를 펼치면서 과연 어떤 곡이 좋은 것일까 라는 음악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있는데요, 다소 유머러스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진지한 답을 이끌어내려고 하는 과정은 흥미를 가지고 따라읽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결론으로 제시하는 '적확함'이라는 것도 어쩔 수 없이 모호한 것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스타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 정도 이해 내지 수긍하게 만드는 면이 있더군요. 후반부의 방송 대본은 책이 표현할 수 없는 음악을 보충하기 위해서 악보를 다수 실어준 것이 눈에 띄던데요, 문제는 제가 악보를 볼 줄 모른다는 점!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만 혹시나 해서 뒤져본 유튜브에 '번스타인 옴니버스' 동영상이 올라와있었습니다!! 동영상을 보면서 책을 읽어나가자니 훨씬 더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모르고 계셨던 분이 있으시다면 저처럼 활용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번스타인이 대체로 평이한 언어로 무난하게 서술하고자 하고 있습니다만 클래식 음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재밌기 어려운 책이 아닐까 합니다. 한편으로 클래식을 좋아해서 좋아하는 곡을 찾아듣는 수준의 분이라면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고요. 재즈와 뮤지컬 코미디에 대한 글도 있는만큼 순수하게 클래식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클래식을 조금은 즐기는 분께 권할만한 책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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