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 BOOn 1호 (창간호) - 2014년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 편집부 엮음 /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월간지)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책이든, 만화든, 영화든, 드라마든 제가 일본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자라났다고 하기에는, 대부분의 한국인도 그다지 다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 대한 역사적 감정이야 어떻든 서양문명의 상당부분을 일본을 통해서 받아들인지라 우리 문화 속에서 일본색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아한 것은 일본 문화에 대한 책이 서양의 그것에 비견해서 아주 적다는 것이죠. 특히나 하급문화로 취급받는 장르적 영역에 이르면 더 말할 것도 없고요. 당연히 수요층이 있으리라 예상되는데도 일본 문화를 소개하고 해설하는 계간지들이 한때 우후죽순처럼 솟아났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답답한 일이기도 합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과격한 말을 갖다붙이지 않아도 문화는 전승되고 성장하여 해석되고 즐기는 것이니 말입니다.



때문에 이 책이 출간된 것은 제게는 반가운 일입니다. 특히 네임드 출판사에서 만들어지는만큼 퀄리티도 어느 정도 보장될테고 그만큼 긴 수명도 기대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저에게는 너무 반가운 일이죠. 독특한 제목은 일본어로의 뜻도 있겠지만 영어의 'Boom'을 우선 떠올리게 하는만큼 집필진의 의욕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마도 예전의 장르소설을 소재로 하던 계간지들을 기대해서인지 판형이나 두께는 생각보다 작다는 인상이었네요. 알고 보면 문화비평지를 표방하는만큼 제가 오해를 하고 있었던 부분이기도 하겠고요.



창간지답게 책에서는 현재 일본 문화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2명의 일본인을 소개하는 것을 토픽을 삼고 있습니다.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와 히가시노 게이고이지요. 각각에 대한 평론이 각 2~3개씩 실려있는데요, 게이고의 경우에는 그의 문학이 가지는 주제의 광범위함과 그가 끌어내는 대중에 대한 호소력에 기반하여 대중성과 문학성의 경계에 대한 편협한 평가에 의문을 표하는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면 하야오의 경우에는 '바람이 분다'와 관련하여 하야오의 가치관에 대해서 살펴보는 글이 기억에 남네요. 저 역시 예전부터 느끼고 있던 부분을 짚어내주고 있어 공감이 가더군요. 하야오의 명성에 가려진 수상쩍은 부분은 사실 '바람이 분다' 이전의 작품에서부터 엿보였었거든요. 마지막 작품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텐데 신중함이 아쉬울 따름이네요. 그 외에도 연재소설과 다자이 오사무 전집에 대한 글, 그리고 새로 출간된 책에 대한 소개 등이 실려있습니다.



첫인상만으로 보자면 사실 아주 만족스럽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다양한 꼭지가 있습니다만 확 끄는 힘이 느껴지는 꼭지는 없었다는 점입니다. 나쁘지도 않지만 좋지도 않다는, 뜨뜻미지근한 느낌이 들거든요. 다른 말로 하자면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인상이 들어요. 문학에 전문적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가볍고 문화전반에 대한 소개를 원한 사람에게는 무겁다고나 할까요? 현재로써는 길게 끌고나갈 수 있는 힘이 있는가 걱정이 되는게 사실입니다. 다행히 한번의 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잡지인만큼 독자의 피드백을 잘 받아서 포인트를 살려내주었으면 하는 바랩입니다. 힘들게 오랜만에 나온 잡지이니만큼 부디 오래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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