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즈웨어 100년 - 군복부터 수트까지 남성 패션을 이끈 100년의 이야기
켈리 블랙먼 지음, 박지호 옮김 / 시드포스트(SEEDPOST)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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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먹고 죽을래도 패션감각 따위 가지고 있지 못한 게 저입니다. 많은 부분 어린 시절에 관심을 유도해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유년기 교육의 중요성에 책임을 떠넘겨봅니다만... 아무튼 지금에 와서야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그것이 자기표현의 중요한 한 양상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기 때문인데요, 어떻게 보든 현대의 패션은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문화의 한 요소로써의 패션에 관심을 가지는 저에게 이 책 '맨즈웨어 100년'은 딱 적절한 책이었다는 말부터 시작하고 싶습니다.



여성 패션에 비해 아직도 부수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것이 남성 패션이지요. 하지만 실제 현대 패션사는 전자가 후자에 영향을 받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는 재밌는 지적으로부터 책은 시작됩니다. 등장하는 시대는 1900년대 이후부터 현대까지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통사적인 구조라고 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시대별로 주된 사조를 중심에 놓고 재료들을 모아내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그 첫 장은 수트가 장식하고 있지요. 첫 인물로는 당대 최고의 패션의 아아콘이었던 에드워드 7세가 등장하고 있고요. 흑백과 원화의 사진들은 당대 다양한 수트의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는데요, 전통적인 수트도 많습니다만 파격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수트도 소개되어 깜짝 놀랐습니다. 옥스포드 백스와 같은 스타일은 현대에도 보기 힘들지 않나 싶을 정도거든요. 뒤를 이어 수트의 반대축이라고 할 노동자와 군인의 패션이 소개된 점은 이 책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는데요, 패션이 시대상을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죠. 특히 트렌치 코트나 진이 패션으로 흡수되는 과정은 산업발전의 과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흥미롭네요.



내용면에서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이 책의 즐거움은 적지 않습니다. 사실 하나의 화보집처럼 보이는 책이기도 하거든요. 작지 않은 판형인데다 분량의 4분의 3 정도는 사진과 그림이 차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과거 흑백사진 시대의 풍속화같은 사진과 그림들도 물론이고요, 미디어 스타와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가 대두한 이후의 사진들이야 말할나위 없이 인상적입니다. 제임스 딘, 말론 브란도, 엘비스 프레슬리, 폴 매카트니, 케리 그랜트, 존 트라볼타, 리처드 기어 등등의 스타들의 스타일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소개되고 있어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네요.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남성 패션 100년사를 다루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발췌사에 가깝다는 점이 있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책값을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다시 빼볼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만듦새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패션 관련 도서는 한번 보고 치워버리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지라 더 반갑게 느껴지는 책이군요. 관심있는 분께 안심하고 추천할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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