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신주혜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대표작이자 최고작은 역시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가 아닌가 하는데요, 고전적인 트릭과 코믹한 캐릭터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도쿠야의 장기가 가장 잘 발휘된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작의 특기가 눈에 띄는 일본작가답게 그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소설집을 연이어 출간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는 이카가와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집도 있지요. 이 책 '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도 이카가와 시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입니다. 능력이 뛰어난건지 운이 좋은건지 헷갈리는 사립탐정 우카이가 활약하는 시리즈이지요.



등장인물은 사립탐정 우카이 외에도 그가 사무소를 임대하고 있는 건물의 젊은 주인인 아케미, 우카이의 조수인 괴짜 류헤이가 있는데요, 만담 캐릭터에 능한 도쿠야답게 모두 다 열심히 익살을 떨면서 소설을 이끌어가고 있지요. 우카이는 이 책에서 5편의 사건을 해결하고 있는데요-실은 그 중 하나는 오징어 가면 소녀가 해결한 것입니다만-만담의 수준에 비해서 트릭의 수준은 다소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네요. 첫번째 사건 '죽음에 이르는 전력 질주의 수수께끼'만큼은 제법 발랄한 트릭에 추리소설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었기에 기대가 컸는데요, 뒤로 갈수록 실망을 느끼게 될 정도로 트릭이 눈에 띄게 조잡해져 갑니다. 작가 자신도 그런 약점을 자각하고 있었던 것인지 '탐정이 찍은 사진' 편에서는 등장인물의 말을 빌려 스스로를 조소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도 하지요. 고전적인 것을 넘어서 진부하다고 말이죠. 그런 유머는 용서가 됩니다만 '죽은 사람은 한숨을 뱉지 않는다'에서 보여준 트릭도 아니고 마술도 아닌 초현실적(?)인 느낌의 에피소드에까지 이르면 좀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네요. '이카가미 일족 살인사건'은 마찬가지로 트릭은 좀 약합니다만 오징어 가면 소녀 덕분에 읽는 재미는 있는 편이고요, '204호실은 불타고 있는가?'의 트릭도 작위적이긴 합니다만 흥미로운 수준은 됩니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가 인기를 끈 것은 물론 독특한 캐릭터성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만, 그럼에도 저에게는 기대 이상으로 정통적이었던 트릭들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었습니다. 그런데 근래 들어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책은 그런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추리 요소의 힘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을 특유의 유머로 지탱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죠. 지나친 다작이 그 원인의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만 '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 정도 되면 작가가 어느 정도 스스로를 추스릴 생각을 해봐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쉬움이 많이 느껴지는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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