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어른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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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로 처음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게 되었었지요. 간결한 와중에 서늘하게 펼쳐지는 독특한 감성은 한눈에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그 후로 출간된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모두 다 읽었네요. 재밌는 것은 저를 포함한 에쿠니 가오리의 팬들 대부분이 그녀의 소설은 다 비슷하다, 읽고 나서 무언가 남는다는 느낌은 없다고 이야기한다는 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책을 읽게 되는 것은 읽어가는 동안만큼은 그녀가 창조해낸 평행세계가 마치 초콜릿처럼, 아이스크림처럼 입에서 살살 녹기 때문입니다. 얼핏 현실적인듯 하면서도 비현실적이기 그지없는 그 세계는 빠져들어 있는 동안만큼은 놀라운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지요.



그렇다곤 해도 수십권에 달하는 그녀의 책을 읽어가다 보면 어느 정도 물리는 것도 불가피한 일일 것입니다. 그럴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간간히 나오기 시작한 것이 그녀의 에세이집이네요. 음식을 소재로 한 '부드러운 양상추'도 그랬습니다만 이번 에세이도 소설과는 다른 맛을 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울지 않는 아이], [우는 어른]이라는 역설적인 제목의 두 권이 짝을 이루어 그녀다운 개성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감각적인 한 장의 흑백사진과 더불어 그보다 더 감각적인 내용의 짧은 에세이들이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네요. 마법사처럼 잘도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표현들을 연이어 끄집어내는구나 하는 것이 첫인상이었습니다.



서로 연관이 적은 에세이들이 모여있습니다만 역시나 일상을 뒤집는 그녀의 사고방식은 일관되게 드러나고 있더군요. 사람들이 정상이 아니다, 일반적이지 않다고 하는 것에는 불안을 느끼는 것이 보통 사람들인데요, 그녀의 언어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절묘하게 흔들어버림으로써 안심과 불안의 경계도 없애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묘하게 쾌감을 안겨주게 되고요. 그렇다곤 해도 에세이별로 기복은 제법 큰 편이라는 인상입니다. 팍팍 꽂혀서 날카롭게 벽을 헐어버리는 칼같은 작품도 많았습니다만, 담백하다 못해 밋밋하여 당황스럽게 느껴지는 작품도 적지 않았습니다.

대락 2007년 이후로는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서 다소 권태를 느끼게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만 간간히 끼어드는 에세이와 시집은 그런 입맛을 다시 개운하게 만들어주는 듯한 인상입니다. 대박! 까지는 아닐지라도 그녀의 팬이라면 좀 더 직접적으로 가라앉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에세이들이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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