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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살롱
황지원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을 표지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서양 속담도 있습니다만, 요즘처럼 디자인을 중시하는 시대에는 표지가 책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 게 사실이지요. [오페라 살롱]의 표지는 희미한 듯한 파스텔톤의 색조가 인상적인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 전체의 분위기도 그처럼 따뜻하고 온화했습니다. 표지와 내용이 잘 어울렸다고 할까요? 세계 각국의 도시를 오페라를 따라 답사하는 듯한 이 책은 그래서 더욱 여행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보면 또 한가지 독특한 것이 눈에 띄는데요, 폰트가 일반적인 책들의 그것보다 훨씬 작다는 점입니다. 두껍다는 느낌도 들지 않고 사진도 제법 많이 들어가있는 책인데도 막상 읽어가다 보면 제법 내용이 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책은 오페라 입문자들에게 오페라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서 쓰여진 듯한 컨셉인데요, 그래서 1장에서는 오페라의 역사와 성격, 그리고 감상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본론은 2장부터이지요.
현재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오페라 작곡가 하면 역시 베르디와 푸치니일 터, 그래서 2장에서 소개되는 도시는 전부 이탈리아의 도시들입니다. 저는 말하자면 듣는 오페라만 듣는다는 수준이고 그것도 베르디와 푸치니가 주이거든요. 그러다보니 2장의 내용이 특히 관심을 끌더군요. 하나 짚어보자면 '라 트라비아타'와 관련되어 베네치아가 소개되는데요, 우선 도시에 대한 감상과 오페라 극장에 대한 이야기가 여행자의 입장으로 펼쳐집니다. 그리고 '라 트라비아타'와 푸치니에 대한 소개가 이어지지요. 마리아 칼라스의 이야기가 당연히 빠지지 않고요, 독특한 연출의 해석에 대한 이야기와 추천음반 이야기도 뒤따릅니다.
3장에서는 이탈리아 외의 도시들이 등장하네요. 미국 뉴욕 편에서 등장한 작품이 베르디의 '오델로'라는 점이 의아할 수 있겠는데요, 이 책이 여행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고 그에 맞게 유명한 오페라 극장을 소개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는 편이라 이런 편성이 등장한 것 같습니다. 어차피 영상물로만 오페라를 접하는 신세, 유명 극장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전무했는데요, 이 책에서 소개되는 화려하고 개성있는 다양한 극장들은 없던 관심도 생기게 만드네요.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제게 이 책이 마음에 드는 부분은 여행기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초보라곤 해도 소개된 오페라가 워낙 유명한 것들이다 보니 작곡가나 작품의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거든요. 반면 음악과 결합하여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도시의 풍광과 유명한 극장에서 오페라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도 언젠가 저자분처럼 악명높은 바이로이트의 좁은 의자에 앉아볼 날이 있을까요? 오늘은 겨울밤에 걸맞게 '라 보엠'이라도 들으면서 꿈을 꾸어볼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