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더글라스 케네디도 상당히 다작하는 작가인 듯하네요. 어느샌가 신작이 출간되었습니다. [리빙 더 월드]가 4월, [더 잡]이 8월에 출시되었으니, 거의 3, 4개월에 한권씩 책이 출간되고 있네요. (설마 출간일만 그렇고 예전에 쓰여진 책이 몰아서 출간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더 잡]은 못읽었고 [리빙 더 월드]는 읽어보았는데요, 실은 [리빙 더 월드]가 꽤 실망스러운 완성도였기 때문에 [더 잡]을 건너뛰었던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다보니 아무래도 다작이 질 저하의 원인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더라고요. 좀 쉬면서 변모를 꾀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달까요?

아무튼 이거야 저 혼자의 생각이겠고요, 그렇게 걱정하면서 읽기 시작한 [파이브 데이즈]는 다행스럽게도 [리빙 더 월드]보다는 한결 볼만한 책이었습니다. 사실 기본 설정은 영화 같은 데서 정말 자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일상에 짓눌려 삶의 감각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에 힘겨워하는 한 여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남편과의 냉랭해진 관계가 그것을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지요. 어느날 출장으로 5일간 가족을 떠나있게 되는데요, 거기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남자와의 만남이 정체되어 있던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지요.



소재도 그렇지만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도 이번 작품은 상당히 상투적인 면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의 상징이라고 할 '반전'이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것이지요! 그만큼 이번 소설은 기법에 의존하는 대신 삶의 권태와 시련을 돌이켜보면서 진정한 '나'는 무엇인가를 고민해보자는 작가의 의도가 보입니다. 전작이 무리한 반전으로 인해서 망가진 면이 있는만큼 그것에 대해 다소 반성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아무튼 무리하지 않는 스토리텔링 덕분에 살아난 부분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고 생각해봅니다. 결론에서 던지는 메시지도 사실 마음을 움직일만한 것은 아닙니다만, 저는 담담히 끌어가는 이야기 안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의 방식이나 고뇌의 양상에 오히려 마음이 끌렸습니다. 우리와 아주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이렇게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그것을 극복하며 살아가려 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신기하도록 우리의 그것과 닮아 보였거든요. 더하여 미국, 그것도 특정 지역에 한정하여 강하게 묘사되는 지역의 특징있는 모습들도 읽어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말과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그려지는 이러한 모습들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히는 부분이었다고 이야기하면 조금은 본말전도려나요?

크게 어렵지 않으면서 흥미진진한 주인공의 여정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이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 가지는 장점이 아닌가 했는데요, 새로운 전략을 취한 이 소설은 따라서 생소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런 변모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저는 이번 소설이 만족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과연 다음 작품에서는 어떠한 선택을 할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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