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의 눈 - 전2권 (한글판 + 영문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 영문판) 43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구자언 옮김 / 더클래식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저는 서사적인 작품도 좋아합니다만, 일반인이 보기 힘든 부분을 짚어내어 일반인이 언어화할 수 없는 것을 묘사해내는 작품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선이 굵은 작품은 그닥 읽지 않는 편이었는데요, 헤밍웨이의 작품에 대해서도 그런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그다지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영화화된 것은 얼핏 보았어도, 소설 중에서는 '노인과 바다'와 '킬리만자로의 눈' 정도만 읽어보았더라고요. 그것도 어릴 적에 말입니다. 그러다가 근래 코맥 맥카시의 선굵은 작품을 읽고 의외로 큰 감명을 받아서인지 헤밍웨이에 대해서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코맥 맥카시가 헤밍웨이의 적자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장편은 좀 부담스럽고 해서 단편 쪽에 먼저 손이 가네요. 사실 단편도 길이에 차이가 있게 마련인데요, 헤밍웨이의 단편은 절대적 길이조차도 짧다는 느낌이네요. 막상 작품 속으로 들어가면 문장도, 표현도 당연하다는 듯이 짧고 간결하고요. 더클래식에서 나온 이 책에는 5편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부담없다는 말이 딱 맞을만큼 금방 읽을 수 있는 분량이었습니다.



소개된 작품 중에서는 아무래도 읽어본 적이 있었고 유명하기도 한 '킬리만자로의 눈'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더군요. 결혼으로 벼락출세하고 그 과정에서 꿈을 저버린 한 남자가 불의의 사고를 겪고 서서히 죽어가면서, 자신의 인생과 다가오는 죽음을 그려나가는 내용입니다만, 사실 줄거리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사실 줄거리로 설명되는 소설은 문학작품이라고 불릴 수도 없을 것이겠지요.) 그 간결함의 와중에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의 심리적 변화를 설득력있고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솜씨는 분명 눈길을 끌만합니다. 우연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선택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은 '킬리만자로의 표범' 외에도 모두 인물의 고통과 죽음을 거칠게 담아내고 있더군요. 고독과 허무함과 넘쳐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점 때문에 헤밍웨이의 작품이 '남성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일까요? 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돌이켜보는 인물들의 연약함, 그리고 그것을 스케치해내는 작가의 표현은 '여성적'이라고 보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남성적, 여성적이라는 분류가 가지는 무차별성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저의 선입견이 잘못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새롭게 헤밍웨이의 작품을 탐독해가는 계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한글판과 짝지어져 있는 영문판은 아직 읽어가는 중입니다만 제 실력으로는 사실 어휘가 제법 까다롭더군요. 다행히 단편이기도 하고 번역본을 본 직후라 내용이 어느 정도 기억이 나서 쉬엄쉬엄 읽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더클래식 컬렉션은 작품의 선택이나 선택된 작품의 분량을 보았을 때 분명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어느정도 대상으로 노렸다는 느낌이 드네요. 비록 영어에 능숙하지는 못합니다만, 번역이 넘지 못하는 언어의 간극을 엿보는 재미를 맛본 적 있는 저로써는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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