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오늘의 일본문학 12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반드시 뛰어나고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유명 수상작을 읽고 실망한 경우도 적지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소설의 경우, 아쿠타가와 상이나 나오키 상 수상작이라는 소개를 달고 나오는 책은 우선 찾아읽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신인에게 수상되는 경향이 있는 상들이다 보니 참신하고 새로운 작풍을 접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나오키 상의 경우, 에쿠니 가오리,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 등 짱짱한 작가들이 수상한 경력이 있는 게 사실이고요. 이 소설의 작가인 아사이 료는 최연소 수상 작가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만, 이 상 자체가 신인작가에서 시상되는 성향이 있는 작가다보니 그에 대해서는 그닥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에 걸맞는 참신함과 발랄함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게 되기는 합니다만..



확실히 작가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그려낼 듯한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취업 준비생들의 감추어진 속내를 최대한 리얼하고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지요. 젊음이라는 강렬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열정과 욕망을 발산해낼 수 있습니다만 그런만큼, 자신과 타인과 사회에게 가혹하고 날카로운 것이 이 나이들 또래의 특징일텐데요, 그것은 일본이든 한국이든 세계 어디서든 다를 바 없는 공통된 모습이겠지요. 특히 취직이 쉽지 않아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 그리고 그런 속내를 현실이 아니라 SNS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오히려 더 쉽게 표출하는 것은 특히 우리 한국의 현실 모습과도 너무 흡사하여 더욱 주목을 하게 되더군요. 다섯 명의 젊은이들을 통해 그런 현실의 모습을 하나하나 그려내다보니 사실 소설의 3분의 2는 지루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딱히 사건이랄 것도 없이 지지부진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만 나오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앞부분이 있었기에 마지막 결말부분의 강렬한 '파괴'와 '재생'이 더욱 인상적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겠습니다. 말의 날카로움이 그 말을 듣는 작중인물뿐 아니라 독자까지 베어낸다는 느낌이 들 정도랄까요? 책을 읽으시는 분들 대부분이 그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시리라 생각이 되는군요.

하지만 앞에서 참아냈던 3분의 2가 그런 클라이맥스를 위해 꼭 필요한 도구인가, 혹은 그 이면에서 의미와 공감을 찾아가며 읽어낼 수 있는 부분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차가 있으리라 생각되는군요. 특히 아쉬운 점은 너무나 '상큼'하게 교조적인 결말입니다. 물론 그런 결말로 끝날 수 밖에 없겠지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만, 독자의 입장에서 예상과 일치하는 결말과 맞닥뜨렸을 때의 아쉬움은 또 다른 이야기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시대상이 잘 반영된데다 무난하고 깔끔한 주제의식을 보여주고는 있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대박 작가와 만났다고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입니다. 제대로 '청춘소설'스러운 소설을 읽었다는 느낌은 들지만, 아무래도 이 작품 이상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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