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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 -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올리버 색스 지음, 김한영 옮김 / 알마 / 2013년 6월
평점 :
제가 꽂힌 작가 중 한 명인 올리버 색스의 책이 또 출간되었네요. 신간으로써는 꽤 오랜만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특히 환각이라는 주제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그의 전문성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고요. 이 책 전에 읽었던 책이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였는데요, 다리에 큰 부상을 입고 나서 신체의 존재감각을 완벽하게 소실했던 희한한 체험에 기반한 책이었습니다만, 그 체험이 이 '환각'이라는 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잘 드러나서 흥미롭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와 처음 만났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연상시키는 면이 많더군요. 다양한 환각의 양태를 사례와 설명을 곁들여가며 흥미진진하게 설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거든요. 물론 그의 유려한 글솜씨도 여전하고 말이죠.
사실 일반적으로 '환각'이라고 하면 소위 '헛것'을 보는 것이라는 상식적(?)인 수준의 지식만 가지고 있던 차라 이 책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환각의 양태는 현기증이 날 정도입니다. 샤를보네 증후군으로 시작하여 감각 박탈, 후각 환각, 청각 환각, 기면증이나 귀신들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환각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환각이라고 해도 그 원인이나 병증, 그리고 치료방법은 천태만상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다만 이런 다양한 환각증상을 소개하면서 일반적으로 기대하게 되는 정신분열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의외기도 하더군요. 전문성이 상당히 묻어나는 어조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심리학 용어가 그닥 등장하지 않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것을 꼽아보자면 역시 첫번째로 소개된 샤를보네 증후군이었습니다. 시각을 잃어버린지 오래된 할머니가 뒤늦게 환각을 보기 시작하면서 진단을 받게 되는데요, 그 독특한 증상은 바로 샤를보네 증후군 때문인 것으로 밝혀집니다. 환자 본인이 자신이 보는 것이 환각임을 확실히 인식하는 것도 이 증후군의 특징이더군요. 후각 상실 편도 흥미로웠는데요, 특히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나왔던 증세인지라 더 흥미깊게 보게 되더군요. 후각 상실이 놀라울만큼 삶을 피폐하게 만드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튼 여러모로 올리버 색스의 장점이 잘 살아난 책이라고 하겠는데요, 그의 팬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읽으실 거라고 장담하게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