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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베르크 프로젝트 ㅣ 프로젝트 3부작
다비드 카라 지음, 허지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보는 프랑스 작가의 소설이네요. 게다가 스릴러라는 장르로 한정하자면 언제 프랑스 소설을 보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요. 작년에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을 시작으로 독일 미스터리 소설이 줄줄이 출간되었는데요, 이제는 프랑스 소설이 출간되기 시작하는 걸까요? 대부분 그렇겠지만 저 역시 주로 일본 미스터리를 즐겼었는데요, 다양한 나라의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요. 하지만 이 작품에서 프랑스적 개성이 강하게 묻어나느냐면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작가 소개로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의 작가는 미국 문화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하고요, 소설 역시 그 영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죠. 사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에서도 독일적인 색깔이 그닥 묻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소설에서도 무국적화의 경향이 나타나는 것일지? 아무튼 이 소설의 구성은 말그대로 할리우드 영화를 강하게 연상하게 만드는군요.
소재에 있어서 작가는 상당히 무난하면서도 효율적인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나치 독일의 유산을 이어가는 자들과 그들을 막는 자들의 대립 구도지요. 도시 이름이 아닌가 했던 제목 속의 블레이베르크는 한 과학자의 이름인데요, 이 과학자는 나치 독일 아래에서 초인을 만들어내는 연구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연구는 암암리에 현대까지 이어져왔고 특수한 바이러스를 살포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들의 계획이 펼쳐지려는 찰나, 주인공들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주인공이라고 할 제레미는 군인이었던 자신의 아버지와 얽혀 사건의 중심에 뛰어들게 되고요, 그런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 재키라는 여성 CIA 요원이 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장 인상깊은 인물은 모사드 요원인 에이탄 모르그! 이 소설에서는 소재나 사건은 물론 인물 역시 상당히 캐쥬얼하게 그려내고 있는 편입니다만, 그 와중에서도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한 것이 바로 에이탄인 듯 합니다. 다소 작가의 편애도 엿보이는 것 같습니다만 후속작에서도 제대로 활약해주지 않으려나 생각되는군요.
정말 제대로 가벼운 소설이고 내용 전개도 아주 단순하기 때문에 쉽게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러한 가벼움은 부담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기도 하겠습니다만 당연히 단점으로도 작용합니다. 우선 적은 분량의 와중에서 빠르게 이야이가 전개되다보니 세부사항이 여기저기서 빠져있어 몰입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분명 주인공들이 사건의 중심에 있어야 함에도 계속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달까요? 특히 클라이맥스 부분은 뭔가.. 상당히 허전하고 허무합니다. 그리고 캐릭터가 얄팍해도 너무 얄팍해요. 냉정히 생각해보자면 굉장히 심각한 사건이 펼쳐지고 있는데 인물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처럼 행동합니다. 이런 언밸런스는 읽는 내내 위화감을 줄 수 밖에 없더군요. 3부작의 첫번째 작품이라고 하고 캐릭터는 물론 사건 자체도 어느 정도 이어지는 모양이니 뒷권에서 보강되는 부분이 있겠지요? 딴건 몰라도 에이탄의 활약상은 궁금하거든요. 업그레이드된 다음권 기대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