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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조류학자의 어쿠스틱 여행기 - 멸종 오리 찾아서 지구 세 바퀴 반 ㅣ 지식여행자 시리즈 3
글렌 칠튼 지음, 위문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제목만큼 내용도 독특한 책 '이상한 조류학자의 어쿠스틱 여행기'입니다. 제목을 보고 가장 고민되는 것이 '어쿠스틱'이라는 단어였는데요, 무슨 맥락인가 싶더군요. 책을 보고 난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경쾌하고 청량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아무튼 독특한 소재의 책임에는 틀림없다고 하겠습니다. 조류학자인 저자 글랜 칠튼은 상당히 집착이 강한 성격인데요, 어릴 적에 멸종된 새인 '래브라도 까치오리'에 꽂혔던 모양입니다. 그 '꽂힘'이 저명한 학자가 된 지금에 와서야 꽃피었던 것이지요. 세상 끝까지 가더라도 세상에 남겨진 까치오리 박제를 모두 조사하고 측정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5년 가까운 기간동안 10여 개국을 쫓아다니면서 그 꿈을 실현해냈으니 역시 한 분야에서 무엇인가를 이루어내려면 광적인 집착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군요^^;
사실 까치오리라는 새의 이름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들어본 것인데요, 대략 1900년경에 멸종하였다고 합니다. 인간의 문명 발달의 한 그늘에는 분명 다른 많은 생물종의 멸종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겠는데요, 그런 주제를 들추어내는 것은 보통 상당히 무거운 과정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까치오리의 박제가 남아있는 박물관을 하나하나 쫓아다니면서 상당히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여행 겸 연구를 해나가고 있더군요. 어떻게 보면 다윈의 '비글 호 여행기'를 떠올리게 되기도 하는데요, 단순히 자연사적인 내용만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독특한 풍토와 사고방식은 물론 작가의 사생활까지 아우러내는 개성있는 유람기라고 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수적 피해를 입어야했던 저자의 아내와 친구들이 조금은 안쓰럽기도 합니다만 그런 희생이 있었기에 이렇게 재밌는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수기를 보듯 가뿐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박물학적인 내용은 오히려 덤이랄까요? 유머가 넘치는 책이니만큼 누구든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