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연대기 1 - 그리스-페르시아 전쟁부터 미국 독립 전쟁까지 전쟁 연대기 1
조셉 커민스 지음, 김지원.김후 옮김 / 니케북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휴전 중에 있는 나라이고 보면 아마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전쟁이라는 것을 많이 의식하고 지내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들이 아닐까 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쉽게쉽게 전쟁을 입에 담는 사람도 많은 것 같고요. 가끔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은 간접경험을 한 쪽이 전쟁의 참상을 겪은 쪽보다 오히려 전쟁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보이는 것 같다는 점이네요. 인권이 정립된 이후의 역사에서 보자면 전쟁은 현존하는 최대악일 수밖에 없고 절대적으로 부정해야할 것이겠습니다만, 그보다 더 긴 세월 인간과 동물의 차이가 없던 시절에는 전쟁은 당연한 것으로 존재해왔던 것이 사실인데요, 유한성과 본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전쟁이 사라지지는 않겠지요. 전쟁이란 확실히 여러모로 난해하고 복잡한 소재입니다만 부정할 수 없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전쟁 연대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두 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상당한 두께와 무게를 자랑하는군요. 고대 그리스-페르시아 전쟁부터 시작하여 미국 독립 전쟁에 이르기까지 22개의 전쟁이 1권에, 프랑스 혁명부터 이란-이라크 전쟁까지 21개의 전쟁이 2권에 실려 있습니다. 책의 외양이나 내부 디자인 면에서는 딱 흔히 볼 수 있는 백과사전을 연상시키는데요, 실제 내용은 의외로 개성있는 방식으로 구조화되어 있더군요. 물론 앞부분은 전쟁의 진행 상황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만 뒷부분에서는 포인트가 되는 부분을 짚어내어 상세히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죠. 전쟁에 있어 결정적인 분수령이 되는 전투와 그 전쟁을 이끌어간 지휘관의 인생 여정을 의외라할 정도의 분량을 할당하여 상세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책은 무미건조하고 지루해지기 십상인데 포인트를 주어 그런 단점을 피해가려고 의도한 것으로 생각되는군요. 개인적으로도 상술된 전투의 양상이나 그 전쟁을 통해서 새롭게 등장한 전술과 무기의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당연하게도 근대 이전의 전쟁에서는 그것을 소재로 삼은 명화가 삽화로 쓰이고 있고 이후의 전쟁에서는 흑백사진이 삽화로 쓰이고 있는데요, 이게 또 눈길을 끄네요. 사진이야 그렇다고 쳐도 그림은 아무래도 화가의 주관과 변형이 가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것이 전쟁이 주는 감상을 묘하게 증폭시키거든요.



아무래도 먼저 찾아서 읽어보게 되는 부분은 '임진왜란'을 소개한 부분이었네요. 이 책의 저자는 가늠짓자면 역사서술에 감정을 많이 불어넣는 타입이라고 하겠는데요, 그런 특성이 이순신이나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강하게 묻어나더군요. 와중에 깨알같이 오류가 있어 번역자가 각주를 달아준 것이 눈에 띄어 잠깐 웃기도 했습니다만.. 철저한 사실을 다루는 것이 역사서인만큼 이 책 역시 분명히 여기저기 오류 혹은 논쟁점이 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독자가 흥미를 잃지 않게 읽어갈 수 있도록 하자는 저자의 의도가 뚜렷하게 엿보이는 책이었습니다. 그래도 지루한 부분이 있겠고 그런 부분은 또 대충 읽고 넘어갈 수 있는 맛이 있다는 것이 백과사전식 책의 장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더하여 시각적인 즐거움은 확연한 책이었습니다. 책장에 잘 모셔두고 짬짬이 뽑아서 읽고 싶은 부분을 읽는 방식이 잘 맞아떨어지는 책이 아닐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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