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우주 - 인간 삶의 깊은 곳에 관여하는 물리학의 모든 것
닐 투록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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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에 이 책을 펼칠 때는 물리학에 대한 교양 입문서를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덮으면서 돌이켜보면 이 책은 오히려 한 물리학자의 신앙고백(?)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 닐 투록은 자신이 늘 우주를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단언하고 있을 정도인데요, 생각해보면 '우리 안의 우주'라는 제목부터가 저자의 그러한 생각을 담아내고 있는 것 같네요. 우주에 대한 질문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이기도 할 뿐더러, 그렇게 우주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인간의 능력 자체가 경이로운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책의 시작도 저자 자신의 개인사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저항하다가 감옥에 갇힌 아버지의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시간이 흘러 결국에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이 무너져내리게 된 것은 '훌륭한 생각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좋은 예가 된다고 말합니다. 현대 문명이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를 극복하는 데는 이러한 훌륭한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좁은 시야를 벗어나 넓고 길게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당연히 그 눈 안에 우주를 보는 인간의 눈이 빠질 수 없는 일일 테고요.



물론 물리학에 대한 구체적 내용도 빠진 것은 아닙니다. 우주론을 중심으로 한 물리학 이론의 역사가 뒤를 잇고 있거든요. 고전 물리학에서 출발하여 양자론, 아인슈타인, 끈이론까지 물리학의 역사가 간결히 요약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작가의 주관적인 가치관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서술이 되고 있는지라 과학에 대한 지식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그리 효율적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용의 여백이 상당히 많은 편이기도 하고요. 오히려 매력적인 것은 디지털 혁명을 거친 우리 세계의 미래가 어떠한 모습으로 변모해갈지, 그리고 그 안에서 과학과 인간의 자리는 어떻게 달라지게 될지 가늠해보는 마지막 챕터였습니다.



여러모로 과학교양서라기보는 과학철학서에 가까운 인상을 받은 책이었습니다. 작가의 가치관과 과학적 내용이 신기하게 잘 버무려져 있었고요, 이해가지 않는 부분을 빼고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00쪽이 넘는 책입니다만 편집을 워낙 넉넉하게 해두어서 줄간격 줄이고 폰트 조절하면 실제로는 200쪽 정도나 될까 싶은 분량이기도 하고요.) 물리학계의 석학의 머릿속 세계는 어떤지, 느긋하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둘러볼 수 있는 책이 아닐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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