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우주라는 미친 생각은 어떻게 상식이 되었는가 - 패러다임을 뒤흔든 논쟁의 과학사
토비아스 휘르터 외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저는 교양서를 고를 때 어느 나라에서 출간 되었는지, 그리고 저자의 직업이 무엇인지를 유심히 보는 편입니다. 그에 따라 내용이나 서술방식, 문체가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솔직히 책이 읽기 쉬울지 어려울지를 가늠하는데 가장 편리한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맞는 말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기자가 썼다는 점은 +2, 독일 저자라는 점은 -1이네요. 기자들이 쓴 교양서는 대체로 읽기가 편하고 유머가 풍부한 편이거든요. 하지만 독일의 교양서는 난이도가 극과 극으로 갈라지는지라 다소간의 모험을 감수해야하는 경향이 있고요. 편견이라면 편견이겠습니다만 이 책은 확실히 이런 편견이 잘 맞아떨어진 편이네요.

제목에서는 평행우주가 상식이 되었다고 표현했습니다만 사실 그렇진 않겠지요. 그저 대중이 그 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두 저자조차도 다소 상이한 관점을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책은 말하자면 평행우주론이 정립되기까지의 과학사를 정리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책의 시작이 코페르니쿠스 혁명이라는 점은 저자들의 입장을 잘 드러내주고 있지요. 도저히 상식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발상에서부터 펼쳐져나가는 것이 과학이고 따라서 단순한 거부감만으로 생각하기조차 거부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는 것 말입니다.



요새 교양과학서 치고는 드물게도 그림이나 사진 한장 없고 내용 역시 만만치 않은 편입니다만, 오히려 선입견 없이 보자면 흥미로운 부분이 적지 않은 책이네요. 유머 역시 간간히 섞여있어 윤활유가 되어주고 있고요. 재밌는 것이 한마디로 평행우주론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실체는 천차만별이더라고요. 영화나 만화에서 흔히 보는 정도의 그나마 상식적인 수준의 것도 있습니다만 과학은 커녕 철학이나 종교도 될까말까 싶을 정도로 앙상하게 관념적인 것들도 있더군요. 책의 말미에 언급된 종교와의 관련성 부분도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다중우주론이 우주 하나하나를 단순한 통계로 바꾸어버린다는 것은 알고 보면 신학의 입장에서는 정말 끔찍한 이야기겠네요. 안그래도 위태위태한데 발디딜 부분까지 없애버리겠다는 이야기이니 말입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재밌다'고 하기는 무리겠습니다만 읽어갈수록 읽을 만해지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차분차분 평행우주론을 구성해가는 책은 아니기 때문에 입문서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합니다만 흥미를 가지게 만들기에는 충분하겠다고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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