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포인트의 연인 - 사랑과 죽음으로 반복되는 인연의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냅니다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이번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은 후속작이라고 하는군요.' 하치의 마지막 연인'에서 이어지는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읽어보자면 그닥 전작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전작의 자식 세대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일텐데요, 스토리적 연결성보다는 배경과 분위기를 계승하는 작품이라고 추측해봅니다. 전작을 못 읽어봐서 장담은 할 수 없지만요^^; 개개의 인물과 사건보다는 그들 사이에서 흐르는 보이지 않는 운명을 만져질 수 있는 형태로 그려내려고 한 작품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그것을 상징하는 초월적 공간이 바로 사우스포인트인 것이죠. (호기심에 인터넷에서 찾아본 사우스포인트의 정경은 과연 신비로울만큼 아름답고 처연한 곳이더군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연인은 다마히코와 테트라입니다. 어릴 적 서툴지만 그만큼 진정으로 사랑했던 그들은 늘상 그렇듯 삶의 길이 어긋나 어쩔 수 없이 헤어집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그 삶의 길은 하나의 노래를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되지요. 나름의 소소한 반전(?) 끝에 다시 한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그들입니다만, 그 위에는 다마히코의 동생 유키히코의 삶과 죽음이 덧씌워져 있습니다. 사실 이 둘의 사랑보다도 더욱 운명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유키히코의 죽음이지요. 작품 속에서는 추억만으로 존재하는 유키히코입니다만 그의 많은 부분이 다마히코는 물론 테트라에게도 '덮어쓰기' 되어 살아남거든요.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것은 잡고 휘두를 수 없는 것입니다만 그 와중에도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계승되어 살아남는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삶의 한 의미라는 것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지요.

작품의 성향 면에서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야마다 에이미를 일본의 3대 여류 소설가로 묶곤 하던데요, 쿨하고 담백한 맛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만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상댕적으로 따뜻하고 건강하게 느껴지곤 하는군요. 이번 작품 역시 강하게 휘어잡고 오래 남는 소설은 아닙니다만 잔잔한 여운을 즐기며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