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기다림 민음사 모던 클래식 63
나딤 아슬람 지음, 한정아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본래 민음사 모던 클래식 시리즈에 큰 호감을 가지고 있는 저입니다만, 특히 표지 디자인을 잘 뽑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작의 표지는 못박힌 책이 장식하고 있는데요, 인생을 꿰뚫는 폭력을 상징하는 듯하여 첫눈에 관심이 가더군요. 사실은 이 표지 디자인에 대한 설명이 책 안에서 직접적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하겠는데요, 등장인물인 마커스의 아내가 책이 불타는 것을 막기 위해 천장에 못을 박아 책을 보존하는 장면이 등장하지요. 책을 보존하기 위해 책을 훼손하는 아이러니,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아픈 현실을 잘 드러내는 묘사입니다. 이처럼 작가는 아프간의 현실을 그려내면서 놀라운 묘사력을 보여주는데요, 섬뜩한 장면을 더욱 날세워 묘사하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에 대한 소개를 보면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문구가 눈길을 끕니다만 사실 책이 그려내는 현실은 참혹하기만 합니다. 이 책은 예전에 보았던 [연을 쫓는 아이]를 떠올리게 합니다만, [연을 쫓는 아이]가 나름의 서정성을 이야기에 담아내고 있었던 반면에 이 책은 섬세한 묘사 덕에 더 아픈 현실이 다양한 등장인물의 시각에 따라 그려지고 있습니다. 탈레반에게 아프가니스탄 출신 아내를, 또 군벌의 다툼에 딸마저 잃은 영국인 의사, 그리고 역시 군벌 다툼에 남동생을 잃고 체첸 전쟁에 남편을 잃은 러시아 여성, 베트남 전쟁에서 형을 잃고 파키스탄에서 아프간 연인을 잃은 미국의 요원까지 인물들의 삶의 참혹함은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처럼 출신이 다른 다양한 인물들의 시각을 빌린 탓에 아프가니스탄 주변의 정세가 다양한 시각으로 저절로 그려지게 되는 점도 인상적입니다만,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고 나름의 길을 모색해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비록 그것이 비극으로 점철되더라도, 무력함이 느껴질만큼 답이 보이지 않는 세상일지라도 말입니다. 비난의 화살은 어디를 향해야만 하는 것일지? [헛된 기다림]이라는 제목이 더욱 아프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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